'국내 최초 자체기술력으로 청정 생산라인 구축'
대구 달서구 성서산업단지에 본사를 둔 ㈜평안(www.fabric.co.kr)을 대변하는 수식어다. 20년 가까이 침구류를 생산'판매해온 평안은 섬유업체이면서 섬유기계를 연구개발하고 생산까지 하는 '멀티 기업'이다. 회사는 물 사용이 현저히 적은 디지털섬유프린터기(DTP)를 연구개발하고 있는 'DTP전문 날염업체'로 탈바꿈하고 있다.
◆침구 생산 기업
평안의 오희택 대표는 1990년 달성공단에 '평안섬유'를 설립했다. 염색공장이었던 이곳에서 평안의 역사가 시작됐다. 평소 '기계'에 관심이 많았던 오 대표는 염색공장을 하면서 자신의 작업에 쓰이는 기계를 눈여겨봤다. '직접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1993년 섬유기계 업체인 ㈜평안을 만들었다.
하지만 기계 사업은 곧 멈춰 섰다. 오 대표는 "기계를 처음 만들고 중국을 방문했는데 그때 깜짝 놀랐다"며 "중국이 섬유기계를 만들고 있었는데 곧 기술이 따라 잡힐 것 같았다. 특히 가격경쟁력에서 밀릴 것 같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평안은 그렇게 기계사업에 대한 투자는 중단하고 침구류를 생산했다. 1998년 현재의 브랜드인 '아망떼'(AMANTE) 쇼핑몰을 여는 등 완제품을 만들어 직접 유통'판매도 했다. 하지만 오 대표는 섬유기계에 대한 꿈을 접지 않았다. 회사 내에 섬유기계사업부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
"기계 설계팀과 전자팀을 유지했습니다. 아무것도 만들지 않았지만 이들에게 월급을 주고 언젠가는 만들어낼 기계에 대해서 끊임없이 논의하고 연구했죠."
평안의 아망떼는 전국적으로 팔리는 제품이 됐다. 2002년 본사를 성서산업단지로 확장 이전한 뒤 이듬해 이현동에 원단생산 공장을 만들었다. 특히 원단에서부터 염색, 봉제까지 직접 생산하기 위해 2006년 개성공단에 봉제공장을 설립했다. 오 대표는 "개성공단에 가장 먼저 진출한 기업일 것"이라며 "현재 그곳에 봉제하는 북한 근로자만 850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평안의 주요 판매제품은 ▷침구 세트(침대, 매트 요커버 세트류) ▷커튼류(침실/거실 커튼, 롤스크린류) ▷패브릭 소품(쿠션, 방석, 앞치마, 슬리퍼류) ▷충전재(이불솜, 베개솜, 쿠션솜류) 등이다.
오 대표는 "우리 평안의 기본 사업은 '침구'이다. 아망떼는 온라인 시장에서 10년 넘게 인기를 얻고 있다"고 했다.
◆친환경 DTP 개발
평안이 새로운 전환을 맞이한 것은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다. 오 대표는 오래전부터 관심을 두었던 DTP(Digital Textile Printing)를 개발하기 위해 '평안FA'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그는 "염색공장을 운영하면서 그 생산 현장의 환경을 보면서 '이것을 바꿀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며 "해외에서 DTP를 접한 뒤 '이거다' 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고 말했다.
DTP는 디지털로 원단에 색과 디자인을 입히는 기계 및 방식을 말한다. 가장 큰 장점은 색과 디자인의 제한 없이 컴퓨터로 만든 무늬 등 모든 것을 원단에 입힐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 잉크프린터와 유사한 원리로 특수 잉크와 열, 압력 등으로 원단에 염색을 하는 방식이다. 아날로그식의 단점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염색과정에 사용하는 물의 양이 현저히 적다. 과정이 단순해 인력도 적게 들며 작업환경도 깨끗하다.
그는 "10년간 150억원은 투자했을 것"이라며 "과거 설계팀, 전자팀을 그대로 두고 있었던 덕분에 연구개발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평안FA가 개발한 DTP를 오 대표는 자사인 평안의 생산현장에 투입했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이현공장의 라인을 전부 DTP화하면서 작업현장을 개선했다. 이곳은 여름철 무더위, 겨울철 추위와는 거리가 멀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12대의 DTP가 가동 중이다"며 "이 가운데 일부는 신규 모델로 판매를 위한 테스트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을 뛰어넘자
5년 넘게 DTP에 대해 연구하며 현장 테스트를 거친 평안은 이제 기존 침구류 사업과 함께 새로운 성장 축으로 DTP 판매를 앞두고 있다. 오 대표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기계를 판매할 예정이다"며 "중국과 일본 등에서 우리 제품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유럽 등 선진국의 제품을 뛰어넘기 위해 평안은 오래전부터 신규 모델을 개발 중이다.
'친환경, 물이 거의 들지 않는 염색' 평안이 추구하는 신규 모델 개념이다. 회사는 '차세대 친환경 섬유 소재 프린팅 시스템'을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현재의 DTP는 공정을 축소하면서 시간이 단축되는 것은 물론 친환경성, 디자인 등의 면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대량생산이 어렵다는 점과 프린트되는 속도가 다소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극복한 '초고속 DTP'를 개발하고 있다.
오 대표는 "한 개의 잉크젯 헤드가 수차례 움직이는 방식(multi pass DTP)보다 나은 여러 개 잉크젯 헤드가 단 한 번의 이동으로 날염을 완성하는 'Single pass DTP'를 개발하고 있다"며 "분당 80m를 날염할 수 있는 초고속 DTP로 유럽시장도 뚫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경석 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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