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 주민투표가 예상과 달리 10% 이상의 큰 표차로 무산되었다. 영국 정부는 한숨을 돌리게 되었지만, 스코틀랜드를 벤치마킹하려 했던 전 세계의 분리독립주의자들은 실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주민투표를 주도했던 샐먼드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당수의 말처럼 스코틀랜드 독립운동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스코틀랜드 분리 독립문제는 많은 국가들이 겪고 있는 지역문제의 딜레마를 한꺼번에 보여주고 있다. 첫 번째 딜레마는 지방자치와 독립의 경계에 대한 딜레마다. 자치의 궁극적인 지향점이 완전한 독립이라면, 독립을 허용하지 않고 허용할 수 있는 자치의 적정한 한계가 어디까지인지가 딜레마이다. 1998년 주민투표를 통해 자치의회가 제정되었고 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대부분의 자치권을 보유하고 있다. 다른 지역의 반발을 억누르면서 스코틀랜드인들이 수용할 수 있는 적정한 분권과 자치의 수준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두 번째 딜레마는 경제문제를 둘러싼 딜레마이다.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 요구는 바로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분리독립 투표가 부결되었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경제적으로 낙후된 지역에서 분리독립 운동이 일어나지만 이탈리아의 베네토와 같이 다른 지역에 비해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역에서도 부의 유출을 막기 위해 분리독립을 요구하기도 한다. 지역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원을 확대하면서도 부족하지도 않고 과하지도 않도록 지역 격차 수준을 확보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세 번째 딜레마는 복지와 규제를 둘러싼 딜레마다. 1979년 집권한 보수당의 대처 정부는 영국경제를 재건해야 한다는 기치 아래 규제완화와 민영화, 사회복지 지출 축소와 중앙집권적인 지방정책을 추진했다. 스코틀랜드인들이 보수당에 등을 돌리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스코틀랜드국민당은 스웨덴을 복지국가 모델로 복지지출의 확대와 의료민영화, 대학등록금 도입 반대 등의 정책을 채택함으로써 전통 보수당이나 노동당과 차별화하는 데 성공하였다.
스코틀랜드 지역문제는 서로 다른 민족이 결부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성격이 다르다. 그러나 오랫동안 지역 격차와 지역 간 통합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 지역정책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중앙집권적인 행정체제가 지속되면서 지방의 획일성을 강요하고 있다. 정당의 지방정치 예속화를 막기 위한 기초자치단체 정당공천체 폐지는 여야 후보 모두의 대선공약이었지만 끝내 실현되지 못했다. 지방자치 확대와 행정구역 개편을 통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지방자치발전위원회는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역문제 중 가장 심각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격차문제 해소는 참여정부 이후 국가정책의 의제에서 사실상 사라져 버렸다. 그렇다고 지역 간 격차가 해소된 것이 아니다. GDP로 평가되는 지역 간 격차는 완화되고 있지만, 수도권과 대도시로의 소득 순유출로 지역 간 소득격차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정당은 특정지역에 강한 지지기반을 갖고 있으면서도 지방의 분권이나 지역 간 격차 해소에 소극적이다. 지역정당의 특성은 기득권 유지와 득표를 위한 명분으로만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지역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지방정부는 미약하고 대변해줄 정당은 역할을 방기하고 있다.
최근 들어 박근혜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면적인 규제완화 정책이나 복지지출 확대에 대한 미온적인 태도를 보면서 1980년대의 대처 정부를 떠올린다면 무리한 상상일까? 어떤 지역이 다른 지역에 대해 과도하게 우월감을 느끼거나 과도하게 열등감을 느낄 때 지역의 분열의식은 싹트게 된다.
영국이나 우리나라나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해법은 국가의 강력한 통합 노력밖에 없다. 대영제국이라는 기치 아래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가 통합했듯이 국민들이 함께 추구할 가치에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지역의 분열은 중단될 것이다. 지방분권은 분열이 아니라 지방자치와 민주주의라는 더 큰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것이다.
변창흠/세종대 교수·한국도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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