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논단] 이제는 국화꽃이 필 때가 아닌가?

입력 2014-09-29 11:02:10

세월호 특별법 문제로 국회의 기능이 약 5개월간 정지되었다. 국회의장은 직권으로 내일 본회의를 재소집했다. 내년도 예산안의 처리 상한선이 12월 2일(헌법 제54조 2항)임을 감안하면 더 이상 본회의 개의날짜를 미룰 수 없다. 정부와 국회는 국가개조(혁신)를 향하여 전진하여야 함에도, 오히려 정체되었다. 국민들도 극단적으로 분열하고 있다.

세월호 유족들은 국회와 유족대표가 각 8명씩 임명하는 16인 진상조사위원회가 3년간 수사권'기소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에 이들은 조금 유연한 입장을 표명했다. 이들은 참사의 원인과 구조실패에 관한 진상 규명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관하여도 의문을 품고 있는 것 같다.

2001년 미국의 9'11테러 진상조사위원회는 조지 부시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약 3시간 조사했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이 흠잡을 데 없이 행동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던 것이다. 우리 대통령도 당일 행적에 관하여 조사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여당은 피해자 자력구제금지원칙 등 사법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내용의 특별법을 만들 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야당은 대통령과 여당이 세월호 유족들과 적극적으로 대화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다고 공격하고 있다. 그런데 야당의 리더십은 불안정하고, 국회의원으로서의 헌법상 책무를 위반했을 뿐 아니라 동조 단식을 하는 등 이성적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여야의 2차 합의안은 약 2년간 존속하는 진상조사위원회와 수사권'기소권을 갖는 특별검사 등 이원적 구조이다. 그리고 상설특검법상의 특검후보추천위원 7명 중 국회가 추천하는 4명에 관하여 여당 몫 2인을 야당과 유족의 동의를 얻어서 추천한다는 것이다.

논어 자한편에 "내가 아는 게 있느냐, 아는 게 없다. 다만 누구라도 질문하면 그 양끝을 헤아려 힘껏 알려줄 뿐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여기에서 고기양단(叩其兩端)은 유명한 말이다. 고(叩)는 두드린다는 뜻이다. 양단(兩端)은 단순히 사물의 양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현상과 가치의 양면성, 모순을 뜻한다.

우리들은 세월호 특별법에 관한 양단, 즉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쪽의 문제점을 찾고 이를 조화시킬 수 있는 대안을 찾기 위하여 고뇌하여야 하지 않을까? 유족들 주장의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은 단독 관청, 즉 검사 또는 특별검사만이 수사권.기소권을 갖는 우리 법체계와는 상이하다. 그리고 현행법상 법조인만이 검사 또는 특별검사가 될 수 있다. 그리고 현행법상 특별검사는 준비기간까지 포함해 수사기간이 110일로 제한되어 있는 한계가 있으므로, 세월호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해서는 현행법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제는 양단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변증법적 합(合)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여야의 2차 합의안, 즉 국회 추천 10명, 대법원과 대한변호사협회 추천 4명, 유족대표 3명 등 17명의 진상조사위원회에 변화를 주면 좋겠다. 유족 대표는 4명을 참여시키고, 수사권'기소권은 특별검사에게 전적으로 부여하고, 특별검사를 진상조사위원회 산하 수사부장으로 임명하되 위원으로 참여시켜서 19명의 위원회(최장활동기간은 1년 6개월 정도)로 일원화하면 어떨까? 그리고 특검후보추천위원회는 여야의 2차 합의안에 따르면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행법 체계와 조화를 이룰 수 있고, 유족대표는 특별검사에게 적극적으로 수사방향에 관하여 의견을 개진할 수 있을 것이다.

논어 계씨편에 '不患貧而患不安'(불환빈이환불안)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통치자는 가난한 것을 걱정하지 않고 불안정한 것을 걱정한다는 뜻이다. 우리 대통령이 세월호 유족들과 국민을 향하여 눈물을 흘렸던 심정으로 유족들을 설득하면 어떨까? 정부와 여당은 덕을 베푼다는 심정으로, 유족들과 야당은 국가기능의 회복에 협조한다는 심정으로 접근하면 정체의 늪을 벗어날 수 있지 않겠는가? 이제는 잔인한 4월이 아니라 국화꽃이 필 때이다.

김용대/변호사·경북도공직자윤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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