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미국 석유기업들은 멕시코 만의 석유 시추권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석유 시추권 배정에는 많은 금액을 적어내는 경매방식이 도입됐다. 당시만 하더라도 매장량을 추정할 수 있는 기술은 부족했다. 육지보다 해상 채굴에 돈이 얼마나 더 들지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매장량과 경제성을 알길 없으니 기업들은 그저 어림짐작으로 경매에 나섰다.
한 유정을 두고 500만 달러의 가치를 매긴 기업도 있었고 2천만 달러의 가치를 가졌다고 평가한 기업도 나왔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경매가는 치솟기 마련이다. 시추권이 500만 달러보단 2천만 달러의 가치를 매긴 기업에 돌아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뒤늦게 이 유정엔 1천만 달러 가치의 석유밖에 매장돼 있지 않은 사실이 밝혀진다.
당시 멕시코 만 곳곳에서 석유 시추권을 따냈던 미국 ARCO의 연구원들이 1971년 이를 연구했다. 멕시코 만 지역에서의 시추권 확보 성과를 비교해 경매에 담긴 함정을 밝혀냈다. 어렵게 시추권을 확보했지만 막대한 금전적 손실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연구원 카펜은 이를 두고 '승자의 저주'라 이름 붙였다.
서울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이라는 강남구 영동대로 한국전력부지(약 8만㎡)가 경매전 끝에 현대자동차그룹에 돌아갔다. 현대차그룹은 감정가(3조 3천346억 원)의 3배에 달하는 10조 5천500억 원을 써내 삼성을 제치고 이 부지를 거머쥐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당장 '무리한 투자'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대차 주가는 이날 하루 9%나 폭락했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100년 앞을 내다본 과감한 결단'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100년 앞을 내다보고 '한국판 아우토슈타트'를 이곳에 세우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나섰다. 아우토슈타트는 독일의 자동차회사 폴크스바겐이 볼프스부르크에 통합사옥과 자동차 테마파크, 호텔 등을 엮어 만든 곳으로 독일의 10대 관광명소가 됐다.
그렇더라도 경쟁사인 삼성의 예상입찰액 4조 6천억 원의 두 배가 넘는 10조 원 이상의 돈을 써낸 것은 정보력 부재라는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통 큰 투자로 강남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을 가져간 정몽구 회장이 '승자의 미소'를 지을지 '승자의 저주'를 받을지 10년 후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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