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름값 못하는 '무비자 환승' 대구국제공항과 대구 관광

입력 2014-09-17 10:51:01

대구국제공항이 중국인 무비자 환승 공항으로 지정됐지만 입국 수속 지연과 불편한 의사 소통, 빈약한 관광 프로그램 등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키고 있다. 15일 하얼빈에서 대구로 입국한 160명의 중국인 관광객(요우커)들은 비자 없이도 대구를 둘러볼 수 있다는 당초 기대와는 달리 실상 불편하기 짝이 없다는 불만을 쏟아내면서 지역에 대한 인상을 구기고 있다.

평소 관광비자를 받고 입국하는 단체관광객의 경우 입국 수속에 걸리는 시간은 불과 30분 남짓이다. 하지만 무비자 입국의 경우 불법체류 예방을 위한 신분 확인 등 입국 수속 시간이 곱절이나 늘어난다. 상황이 이렇다면 관광 진흥과 관광객 배려 차원에서라도 미리 심사요원을 더 배치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게 옳다. 게다가 중국어 안내문조차 없는 상점이 많아 쇼핑에 어려움을 겪고, 강정고령보가 볼 만하다고 해서 찾았더니 중국어로 안내할 통역자도 없고 문 닫힌 디아크만 물끄러미 지켜보다 돌아서야 하는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

중국인 해외 관광객 수 증가 추세로 볼 때 요우커의 대구국제공항 이용은 앞으로 크게 늘 것이 분명하다. 대구시가 중국 6개 도시에서 총 120편의 전세기 취항을 통해 유치한 관광객만 2만 명에 달하고, 경북도는 '2016년 중국인 한국 방문의 해'를 계기로 100만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 국경절 연휴(10월 1~7일)가 낀 내달까지 단체 요우커 예약 인원만 5천 명에 달하는 등 대구공항을 통한 무비자 입국도 크게 늘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의 얼굴격인 대구공항에서 발목이 잡히고 쇼핑'관광 등 어느 것 하나 만족도가 높지 않다면 대구경북 관광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무비자 환승 공항은 제주도'서울 등 국내 여행지로 가려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대구국제공항을 이용하면 비자 없이도 최대 120시간 대구에서 머물 수 있게 허용한 제도다. 관광객 유치를 목적으로 이런 제도를 도입했다면 철저한 준비를 통해 최대한 효과를 이끌어 내고 향후 다시 찾고 싶은 관광지로서 깊은 인상을 남길 필요가 있다. 대구경북이 마지못해 그냥 스쳐가는 통로에 그치지 않도록 드러난 문제점을 속히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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