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창업지 대구, 삼성의 성지로 만들자

입력 2014-09-16 10:41:22

60년대 제일모직 파격 투자 화제…"삼성 통큰 투자로 사업보국 메카로"

글로벌기업 삼성의 모태가 된 60년 역사의 제일모직이 올해 '창조경제'와 '융합인재양성'이라는 시대적 사명으로 삼성에서 부활했다. 15일 삼성그룹과 대구시,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가 창조경제 업무 협약을 체결하자 삼성의 창업 지인 대구를 삼성의 기업가정신을 배울 수 있는 메카로 만들자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제일모직은 1954년 대구의 1호 공단으로 북구 침산동 부지에 들어섰다. 제일모직은 고 이병철 삼성 전 회장의 기업가 정신을 간직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은 자서전에서 "외제 못지않게 값싸고 질 좋은 양복지를 생산해 국민 모두가 손쉽게 양복을 입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에서 제일모직을 건설했다"고 밝혔다.

제일모직 대구공장 설립 당시 가장 먼저 지어진 것은 최신식 여자 기숙사였다. 미용실과 목욕실, 다리미실, 도서실, 정원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시설로 외부인의 부러움을 샀다. 꽃과 나무가 어우러진 여자기숙사는 대학캠퍼스를 능가할 정도로 아름다웠다고 한다. 1961년 박정희 대통령이 제일모직 여자 기숙사를 방문해 "이 정도면 딸을 맡길 수 있겠군"이라고 했던 얘기는 유명하다.

이 두 일화는 이병철 전 회장이 평생 간직했던 기업가 정신, '사업보국'(事業報國)과 '인재제일'(人材第一)을 보여준다.

삼성은 옛 제일모직(연면적 4만1천930㎡) 부지에 조성하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내에 청년 벤처기업들을 위한 '크리에이티브(창조) 랩'을 설치하고, 창업보육센터, 삼성메모리얼파크 등이 들어서는 대구창조경제단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삼성과 대구는 '삼성을 배우려면 대구로 오라'고 말할 수 있는 정도의 큰 구상을 하고 있다.

지역 경제계 한 인사는 "대구창조경제단지에 삼성 신입사원 연수원을 건립해 삼성 직원이나 삼성 취업을 희망하는 이들, 삼성의 기업가 정신을 배우려는 외국인들이 찾는 명소로 만들자"며 "삼성 임원들도 회의차 대구를 방문하거나 숙박을 하면서 자연스레 대구와 인연을 쌓아갈 것"이라고 희망했다. 창조경제단지를 직원보다 관광객이 더 많이 찾는 구글 본사 같은 창조적 콘텐츠로 채워, 대구 마케팅으로 이어지도록 하자는 것이다.

김준한 대구경북연구원 원장은 "삼성이 대구에 단지를 조성하거나 공장 하나를 짓는 것보다, 대구를 삼성 기업가정신의 성지(聖地)로 조성하는 대구시와 삼성의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며 "대구는 삼성의 투자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삼성이 대구와 지속적인 파트너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고 주장했다.

경북도청 이전터에 추진되는 ICT기반 창조경제 전진기지와의 연계도 고려해야 한다. 도심형 창업벨트를 구축하는 거점으로서 창조경제단지의 공간적 확장도 필요하다.

삼성과 동반자 시대를 맞은 대구시의 전략도 수반돼야 한다. 김연창 시 경제부시장은 "이제는 대구의 몫"이라며 "삼성이 대구에 와서 기업하기 좋다고 느끼도록 해야 한다. 에너지, 신약'의료기기 등 대구와 삼성이 함께할 수 있는 신사업 분야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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