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ㅋㅋㅋ 클래식] 클래식도 알고 보면…

입력 2014-09-04 07:55:43

"제가 클래식음악은 잘 몰라서요."

사석에서 마주하는 사람들로부터 이런 말을 접할 때가 많다. 그럴 때면 오랜 시간 예술 공부를 했지만 이 분야에 대해 스스로 잘 아노라 자부하지 못하는 나 역시도 괜스레 머쓱하다.

다만 필자가 확실히 아는 것이 있다면, 안다는 것, 그것은 필경 예술을 두고 생겨난 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예술의 목적은 우리네 삶을 그저 즐거움으로 차지게(?)하기 위함일 터, 그렇다면 음악이라는 명사에 어울릴 동사는 알고 모름이 아니라 좋고 싫음이 마땅하다. 마침 아나톨 프랑스, 노벨 문학상을 받은 이 예술가가 여봐란듯이 이런 말을 남겼으니, "야! 이 바보야!! 안다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아. 상상하는 것이 중요하지." 예술은 '앎'이 아닌 '삶'인 것이다. 좋아하면 알고 싶고 싫어하면 무관심해지는 게 인지상정. 클래식을 잘 모른다는 것의 함의는 좋아해 보지 않아서다. 사실 취미 삼기에 클래식은 각박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너무 먼 당신'과 같다. 나태주 시인의 시(詩) 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여기에다 "클래식도 그렇다"라고 구태여 더하고 싶지만 자세히 듣고 오래 듣기엔 클래식은 너무 길다.

아직 긴 곡이 부담스러우면 먼저 짧은 곡부터 듣기를 제안한다. 그것은 처음 독서에 취미 붙이던 필자가 했던 방식과 닮았는데 얇은 책으로 독서 습관을 키워나가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동시에 선율이 예쁜(?) 곡을 듣기를 추천한다. 선율은 음악의 얼굴이다. 인상이 좋은 사람에게 호감을 먼저 느끼는 것도 인지상정. 가락 예쁜 음악은 클래식에 정을 붙이는 것을 용이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쇼팽, 드뷔시 , 멘델스존 혹은 라흐마니노프 와 같은 음악들이 그 예인데, 가사가 없는 이러한 음악들은 유달리 선율적이며 짧은 곡들로 이루어져 있어 감상에 큰 부담이 없다.(참고로 전주라 함은 음악의 도입 부분을 연상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전주곡'은 19세기를 지나며 도입적인 의미가 상실되어 자유 형식으로 거듭난 짧은 기악곡을 의미한다. '무언가'는 말 그대로 언어 다시 말해 가사가 없는 음악이며 '보칼리제'는 가사는 없지만 대신에 모음으로 부르는 음악을 말한다.)

문제는 클래식에서의 긴 곡 듣기다. 그 긴 음악을 감상하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인내를 넘어 스트레스가 될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근사한 취미가 되어 삶의 낙으로 자리 잡혀 있다. 그 차이를 동시에 겪어본 사람으로서 클래식 음악의 편견을 누그러뜨리고자 이 글을 쓴다. 따라서 클래식 음악의 가치를 설명하는 일종의 칼럼이라기보다 클래식 음악과 친해지게 된 필자만의 경험담으로 할애된 지면을 채우고자 한다.

이예진(공연기획가)

 

▶이번 주부터 공연기획가 이예진씨의 'ㅋㅋㅋ클래식'을 연재합니다. 이예진 씨는 경북예술고등학교와 영남대학교 음악대학에서 클래식 작곡을 전공하였고 전체 수석으로 졸업하였습니다. 문화예술채널 아르떼TV 제작팀을 거쳐 전문예술단체 공간울림에서 문화기획팀장, 문화제작소 모눈 대표로 있습니다. 최근 Summer Festival in Daegu 2014, 챠오이딸리아, 현대미술제 등 축제 및 콘서트 그리고 영상제작 기획과 연출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바로잡습니다=8월 28일 자 주간매일 24면에 실린 '편하게 듣는 클래식'의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이 제작 오류로 인해 필자인 신동애 씨의 원고와 다른 순서로 내용이 편집되었습니다. 신동애 씨와 독자들께 사과드립니다. 수정된 원문은 본지 인터넷 홈페이지(www.imaeil.com)와 '주간매일' 홈페이지(www.lifemaeil.com)에서 다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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