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아래로, 더 가까이' 가난한 자의 벗 자청한 사목

입력 2014-08-14 10:50:26

작은 차·낡은 집·철제 십자가…즉위 이전부터 '청빈의 삶'

프란치스코 교황은 어떻게 '가난한 자의 벗'이 됐을까. 우선 여기서 '가난'과 '형제애'라는 키워드를 발견할 수 있다. 교황은 스스로 가난을 실천한다. 작은 차를 타고, 낡은 집에 살며, 금이 아닌 철제 십자가를 목에 거는 모습이 그렇다. 그러면서 주변으로 시선을 향한다. 바탕에는 형제애가 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다가가 그들 편에 선다. 평생에 걸쳐 가난을 실천한 만큼 주변의 가난에 깊숙이 공감할 수 있고, 그 범위는 현재 세계 전체가 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기에 가난의 원인은 무엇일까. 지난해 즉위 이후 그가 내놓은 여러 말과 글 속에 나와 있다. 자본주의에 문제가 있어 빈곤과 불평등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평생의 고민 과제로 삼아 실천한 가난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이전부터 실천적 가난을 삶 속에 녹여내 왔다. 일단 태어날 때부터 가난했다. 교황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이탈리아 출신 이민자 가정에서 5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초등학교 졸업 후 아버지가 다니던 양말공장에서 돈을 벌며 중학교를 다녔다.

20세 때에는 아르헨티나 예수회에 입회한다. 예수회는 유럽에서 종교개혁 바람이 불던 1540년에 만들어진 가톨릭 수도단체다. 예수회는 초창기 자선 병원의 환자와 고아 등을 돌보는 봉사로 출발한 전통을 갖고 있다. 이곳에서 사제의 꿈을 키워나간 교황은 33세 때 사제가 된다.

교황은 아르헨티나에서 주교와 추기경으로 있을 때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빈민촌 사목에 힘썼다.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목격하며, 그들과 함께하는 삶을 계속 실천해나갔다. 교황 즉위 이후에도 바티칸의 청소부들과 노숙인들을 미사나 식사 자리에 초대하고, 밤에는 평사제복으로 갈아입고 몰래 로마의 노숙인들을 만나러 다니는 등 가난한 사람들의 처지를 알고자 관심을 기울였다.

교황은 즉위 첫해인 지난해 권고문 '복음의 기쁨'을 내놨다. 여기서 본격적으로 현대 자본주의의 문제에 대해 강한 목소리를 냈다. 경제가 성장하면 아래로 부의 분배가 이뤄진다는 '낙수 효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점 등을 비롯해 현재 경제체제가 야기하고 있는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경제관념에 인간의 존엄성을 중시하는 사회적 시각을 더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가난을 인생의 주제로 정하고 살아온 교황이 얻은 날카로운 혜안이라는 분석이다.

◆성자 프란치스코와 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이 실천하는 가난과 형제애는 아시시의 성자 프란치스코(1182~1226)와도 연결된다. 교황이 자신의 교황명으로 정하고 롤모델로 삼고자 했던 존재다. 늘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하며 사랑을 실천한 프란치스코 성인은 오늘날 '제2의 예수'로 불린다. 프란치스코 성인의 삶과 정신에서 교황은 인간다운 삶의 회복과 교회 쇄신 등의 힌트를 봤다는 것이다. 실제로 교황은 '복음의 기쁨'에서 프란치스코 성인을 두 번이나 언급한다. 예수회 한국관구장 신원식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속한 예수회, 프란치스코 성인이 설립한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둘 다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고 복음을 전하는 핵심 방법이 바로 가난"이라며 "가난은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모든 사람을 차별 없이 수평적이고 동등한 관계로 보고 형제적 삶을 사는 길이다"고 설명했다.

교황방한위원회 제공

황희진 기자 hhj@msnet.co.kr'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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