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회 '나비효과' 대구 뒤흔들 '태풍'으로

입력 2014-08-08 07:38:27

7대 지방의회 첫 경험 非與 기초의원들의 각오

야당과 무소속이 대거 기초의원으로 진출한 대구 수성구의회와 북구의회에 변화와 혁신의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사진은 제7대 대구 북구의회 첫 임시회 모습. 대구 북구의회 제공
야당과 무소속이 대거 기초의원으로 진출한 대구 수성구의회와 북구의회에 변화와 혁신의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사진은 제7대 대구 북구의회 첫 임시회 모습. 대구 북구의회 제공

이정현 새누리당 국회의원(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7'30 재보선 전남 순천'곡성 당선은 한국정치의 고질병인 지역주의에 균열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사건이다. 호남의 대척점에 서 있는 '대구'의 정치 지형에도 변화가 올 때가 됐다는 여론이 무르익고 있다. 사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이미 변화의 조짐이 있었다. 특히 대구 수성구와 북구의 경우에는 야당과 무소속 기초의원이 대거 당선됐다. 역동성을 잃어버린 대구 정치판에 '나비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이들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도 크다. 7대 지방의회 첫 임시회를 끝낸 이들의 소회와 각오를 들어본다.

◆"새누리당과 변별력을 확실히 하겠다"

수성구의회 첫 임시회는 다소 소란스럽게 시작됐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전체 의원 중 무려 3분의 1(7명)이 야당이나 무소속 출신일 정도로 변화를 바라는 시민사회의 바람이 컸지만, 의장단은 물론이고 상임위원장 4석까지 모두 새누리당이 독식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야당'무소속 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불만과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성년(정의당)'석철(무소속) 의원은 "새누리당이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가져간 상황에서 의원들 간 화합이 될지, 주민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런 위기를 오히려 자극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각오다. 지방선거 당시 야당'무소속으로 구성된 '수성구 풀뿌리 의원 모임'을 정기적인 학습모임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의정활동의 초점도 기존처럼 '표'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청소년과 서민, 장애인 등 소외계층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이 때문에 사회복지위원회에 야당과 무소속이 무려 4명이나 배치돼 있다. '구의회에 상주하는 의원이 되자'고 다짐하는 등 의욕도 대단하다.

강민구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매일 의회에 출근해 서로 자료를 공유하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우리 무소속'야당 의원들이 열심히 뛰어 이를 계기로 새누리당 일색인 대구 정치 지형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애향 의원(새정치민주연합)과 박원식'서상국'김희섭 의원(이상 무소속)도 "소외된 주민들의 삶을 살피고, 확실한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무소속'야당 의원들이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모범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야당과 무소속의 장점을 살리겠다"

북구의회 야당과 무소속 의원들도 확대의장단(상임위원장 포함) 새누리 독식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강열 의원(무소속)은 "전체 의원의 25%가 야당'무소속이고, 그중에는 재선의원도 2명이나 있는데 모든 '자리'를 새누리당이 독차지한 것이 좋게 보이진 않는다"며 "전반기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면 후반기에는 야당 상임위원장이 나올 수도 있고, 그게 주민들 보기에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야권'무소속만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헌태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비새누리 의원들이) 수시로 모여 별도 논의를 통해 의정을 좀 더 풍부하게 끌고 나가자는 이야기들이 있었다"면서 "새누리 의원들과 경쟁하자는 것이 아니라 소외계층 정책을 비롯해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는 얘기에 집중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유병철 의원(무소속)은 "야권 의원끼리 올 하반기나 내년 초쯤 지방분권연구회를 꾸려 선행연구를 시작할 계획"이라면서 "이 연구회를 점차 확장해 여야 구분 없이 함께 연구하면 주민을 위한 좋은 성과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영재 의원(정의당)은 "여권 의원들과의 경쟁이나 반목보다는 실력을 쌓아 수적 열세를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했고, 장윤영 의원(새정치민주연합'비례대표)은 "주민을 위한 일에 여야가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야권 의원이 5명이나 있기 때문에 과거 어느 때보다 우리의 노력에 따라서 많은 힘이 실릴 것 같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석민 기자 sukmin@msnet.co.kr

전창훈 기자 apolonj@msnet.co.kr

홍준헌 기자 newsforyou@msnet.co.kr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란?: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과학이론이다.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E. Lorentz)가 1961년 기상관측을 하다가 생각해냈다. 이 원리는 훗날 물리학에서 말하는 카오스 이론(Chaos Theory)의 토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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