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게임업체들의 '이유 있는 대구行'

입력 2014-08-05 07:19:19

개발인력 공급에 유리하고…사무실 임대료 등 지원…해외 판로 개척도

왼쪽부터 디이씨코리아 박상환 기획팀장과 곽준영 대표이사, 제노아이 오철우 부사장, 네오스웰 최일곤 대표. 두나소프트 이현직 대표는 일정상 사진 촬영에 참석하지 못했다.
왼쪽부터 디이씨코리아 박상환 기획팀장과 곽준영 대표이사, 제노아이 오철우 부사장, 네오스웰 최일곤 대표. 두나소프트 이현직 대표는 일정상 사진 촬영에 참석하지 못했다.

한국 IT게임업의 중심지는 누가 뭐래도 수도권이다. IT인재와 투자자들이 이곳에 몰린다.'한국판 실리콘밸리'로 떠오르는 경기도 성남시의 판교테크노밸리. 66만㎡ 부지에 870여 개 IT 관련 중'소'대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넥슨과 엔씨소프트, 안랩과 카카오 등 업계 대표기업 본사도 들어서 있다. 이들의 연매출을 다 합하면 54조원에 이른다. 수도권에는 국내 IT게임업체의 80% 이상이 몰려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게임개발을 하려면 서울로 갈 수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구에 둥지 튼 수도권 IT 기업들

이런 가운데 거꾸로 '대구행(行)'을 택한 게임 업체들이 있다. 대구시가 대구무역회관에 마련한 모바일게임기업 공간에 이달 말 입주하는 네오스웰, 제노아이, 디이씨코리아, 두나소프트 등 수도권 게임 기업 4곳이다. 이들은 사무실 임대료 전액과 관리비 50%를 최장 4년간 지원받고, 해외 판로 개척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받는다.

"수도권 게임 업계는 이미 과포화 상황입니다. 예전처럼 중소기업들이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죠."

두나소프트 이현직(35) 대표는 새로운 기회를 찾아 대구로 내려왔다고 했다. 대구 출신인 이 대표는 작년 9월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서 창업, 조만간 카카오톡용 모바일 게임 출시를 앞두고 있다.

대구스마트벤처창업학교 1기 졸업생이기도 한 그는 대구시의 각별한 지원이 대구행의 계기가 됐다고 했다. 이 대표는 "서울에선 게임지원이 있어도 그 내용을 제한한다든지 하는 제약이 많습니다. 또 게임을 만드는데 서울이든 대구든 상관이 없기도 하고요"라고 했다.

국내 게임업계는 수년 새 온라인게임에서 모바일게임으로 급격한 위치이동을 했다. 중국산 저가 온라인게임들이 진출하면서 한때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국내 온라인게임 개발생태계는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

이후 모바일 게임시장이 급부상했지만, 일반 휴대전화(피처폰)에서 스마트폰이 대세가 되면서 모바일 게임시장은 또 한 번 요동쳤다. 대형 게임업체들의 대작 롤플레잉게임(RPG)들이 점령하다시피 하면서 중소 게임개발사들은 설 자리를 점점 잃게 된 것이다.

경기도 판교에 업체를 둔 네오스웰 최일곤(52) 대표는 "현재 모바일게임 시장은 퍼블리셔(배급사) 위주이다 보니 작은 업체는 성공하기 힘든 구조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자체보다 넥슨 같은 대기업들로부터 더 많은 투자와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중소업체 입장에선 자칫 대기업에 '종속'되는 관계에 놓일 수 있다. 우리의 독자적인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같은 판교에서 활동 중인 제노아이 오철우(43) 부사장은 인력수급에서 대구가 더 유리한 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판교에선 중소 게임업체 인력들이 더 나은 대우를 찾아 대기업으로 속속 스카우트돼 버려요. 대구에는 대학이 많고 좋은 게임개발 인력들이 많다고 들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게임기업 키우려면

모바일 게임업체 운영자들은 대구시의 더 적극적인 투자를 요청했다. 디이씨코리아의 곽준영(41) 대표는 "이제 모바일게임 시장은 더이상 지방(로컬'Local)이 아니라 글로벌 수준과 기준을 목표로 해야 한다. 모바일 앱 게임들은 구글 등을 통해 개발과 동시에 세계 시장에 선보이기 때문이다"며 "지자체가 게임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나라 밖'과도 경쟁해야 한다. 최근 국내 게임개발 업체들은 더 나은 사업 환경을 찾아 중국 상해와 독일 룩셈부르크 등지로 떠나고 있다. 중국 상해 경우 한국 게임업체 유치를 위해 대규모 땅과 세금 혜택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대구시가 게임을 간판산업으로 키우려면 더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며 "특히 대구는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해외 판로 개척 면에서 차별화된 계획들을 제시하고 있어 업체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갖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는 올 연말까지 기존 스마트벤처창업학교에 입주한 기업 5곳을 포함해 20개 게임 강소기업을 올 연말까지 대구모바일게임센터에 입주시킨다는 계획이다.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대구모바일게임센터는 대구스마트벤처창업학교와 대구무역회관 2곳에 게임집적 시설을 구축'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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