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급류 참사·상주 수련원 붕괴…'세월호 교훈'은 어디로 ?

입력 2014-08-04 10:54:31

경고무시,탁상행정 되풀이…청송서 중앙선 없는 지방道 추락사도

계곡물에 휩쓸려 떠내려간 승용차 구조작업. 3일 경북 청도군 운문면에서 계곡물에 휩쓸려 떠내려간 승용차에서 구조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계곡물에 휩쓸려 떠내려간 승용차 구조작업. 3일 경북 청도군 운문면에서 계곡물에 휩쓸려 떠내려간 승용차에서 구조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부디 기억해달라'던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절규는 100㎜도 채 안 되는 빗속에 잠겨버렸다. 태풍 '나크리'가 지나가는 동안 경북도 내에서 10명 가까운 사망자가 나왔다.

안전한 다리와 위험 통제조차 없는 곳에서 일가족 등 7명이 급류에 휩쓸려 숨졌고, 가드레일은커녕 중앙선까지 지워진 도로에서 60대 가장이 몰던 차량이 계곡 아래로 추락했다. 천장 지붕이 무너진 상주 수련원은 한 차례 현장확인도 없이 준공검사가 났다. 세월호 참사 후 100여 일이 흘렀지만 잊으려고 애만 쓸 뿐 되풀이하지 말자는 외침은 그저 공허한 메아리였다.

3일 오전 2시 50분쯤 청도 운문면 신원리 송아리 오토캠핑장 앞 폭 30m의 삼계계곡을 건너려던 아반떼 승용차가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간 뒤 같은 날 오전 6시 45분쯤 사고지점에서 1.2㎞가량 떨어진 하류에서 뒤집힌 채 발견됐다. 차 안에 있던 주부 한모(46'경남 김해) 씨와 딸 윤모(21) 씨, 윤 씨 친구 박모(22) 씨, 한 씨의 남동생(38)과 부인(36), 이들 부부의 6세 및 3세 아들 등 7명이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한 씨의 남동생이 차를 운전했으며 위험을 무릅쓰고 펜션을 급히 빠져나가다 급류에 휘말린 것으로 경찰과 소방당국은 보고 있다.

사고가 난 계곡에는 태풍 '나크리'의 영향으로 호우주의보가 발효됐으며 밤새 70㎜의 비가 내렸다. 매년 수천 명의 피서객이 찾는 곳이지만 계곡에는 보 형태의 통행로가 5곳 정도 설치돼 있을 뿐 급류를 피해 안전하게 물을 건널 수 있는 다리는 단 한 곳도 없다.

준공 10일 만에 천장이 무너져 자칫 대형참사가 날 뻔했던 상주 참샘수련원 붕괴 사고(본지 2일 자 1면 보도)는 준공검사 때 현장확인 없이 서류로만 준공허가를 내준 것으로 드러났다.

수련원 붕괴사고를 조사 중인 상주시와 상주경찰서는 천장공사 시공업자가 설계도대로 시공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한 데 이어 수련원의 설계와 감리를 맡아 준공검사 업무를 대행했던 상주의 한 건축사사무소도 부실하게 시공된 2층 천장 내부를 확인조차 않고 상주시에 준공 접수를 한 사실을 밝혀냈다. 상주시도 현장 확인절차 없이 서류만 보고 준공검사필증을 내줬다.

설계도에는 석고보드 천장 지탱을 위해 지붕철제구조물인 C형강을 사용해 용접하는 등 경량철골틀로 마감하도록 돼 있지만 실제로는 비용이 훨씬 저렴한 가는 각목만 수십 개 못을 쳐서 걸어놓은 것으로 경찰조사에서 확인됐다.

한편 2일 오후 3시 30분쯤 청송 파천면 지경리 지경재 914번 지방도 옆 계곡에서 원모(66'구미) 씨가 자신의 마티즈 승용차에 탄 채 숨져 있는 것을 경찰이 발견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원 씨의 아들로부터 "영덕 친척집에 간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신고를 받고, 원 씨의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한 끝에 차량을 발견했다.

경찰은 "원 씨의 차량이 폐쇄회로(CC)TV에 찍힌 날짜는 지난달 31일 오전 10시쯤이며 그후 지경재를 넘은 것으로 확인돼 사고 시각은 그날 오전 11~12시쯤으로 추정된다. 내리막 급커브여서 운전 부주의로 반대편 차선을 넘어 계곡으로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때문에 '가드레일'만 있었어도 원 씨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고가 난 지점을 중심으로 주변 도로에는 콘크리트형 가드레일이 없었다. 마을 주민은 몇 해 전에도 차량 추락사고가 발생했지만 이후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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