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대피하라" 문자…관광객은 알 수 없다

입력 2014-08-04 10:59:18

청도 운문면 삼계계곡 폭우 땐 고립 사고 위험…7명 숨져

3일 경북 청도군 운문면에서 구조대원들이 계곡물에 휩쓸려 떠내려간 승용차에서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3일 경북 청도군 운문면에서 구조대원들이 계곡물에 휩쓸려 떠내려간 승용차에서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안전에 대한 피서객의 무지, 안전시설 마련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무관심, 안전대책이 모자라는 데도 폭우 속 물가에서 펜션 영업을 하는 업주의 무감각 등 '3무(無)'가 갓 피어나지도 못한 세 살배기 아기 등 일가족 7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보 형태 콘크리트 구조물뿐 다리는 없어

청도 운문면 신원리 삼계계곡 사고의 원인을 조사 중인 경찰은 숨진 이들이 2박 3일 일정으로 1일부터 삼계계곡 인근 펜션에 머물렀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청도경찰서 관계자는 "비가 많이 내려 계곡물이 불어나면 차량이 못 빠져나갈까 봐 이날 밤 서둘러 나가려 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이들이 새벽에 하천을 건넌 명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목격자들은 "한 남성이 오전 2시 40분쯤 혼자 자동차를 끌고 계곡을 건너가 본 뒤 다시 돌아와 일가족을 태워 건너가려다 변을 당했다"고 했다.

삼계리 계곡에는 삼계계곡(신원천)과 울산을 잇는 지방도 69호선을 따라 좌'우로 84개의 야영장 및 펜션이 있다. 휴가철에는 수천 명이 찾아 북새통을 이룬다.

이곳 펜션을 이용하려면 운문댐 상류 삼계계곡에 보 형태로 설치된 콘크리트 구조물을 건너야 한다. 평소엔 별문제가 없지만 폭우로 갑작스레 급류가 몰아닥치면 사정이 달라진다. 순식간에 물이 불어나 고립사태 등 항상 사고위험이 도사리는 곳이다. 이날도 태풍 탓에 2일 오후 11시 20분부터 호우주의보가 발효돼 밤새 70㎜의 비가 내렸다.

◆복합 안전 불감증

삼계리 계곡은 피서객 고립사고 등이 반복해서 발생하는 곳이다. 하지만 안전한 교량도 없었고 재해 방지 대책도 허술했다. 사고가 난 3일은 계곡 인근 펜션과 야영장 등 11곳에서 피서객 250명이 계곡을 건너지 못한 채 오후 늦게까지 고립됐다.

1998년 8월 1일에는 밤새 내린 비로 계곡물이 불어나면서 피서객 100여 명이 고립됐다가 가까스로 구조됐다. 2010년 7월 11일에도 폭우로 계곡물이 불어나 펜션 등에 머물던 피서객 45명이 고립됐다가 119구조대의 도움으로 대피했다.

주민들은 고립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서 언제든 이런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다고 주장했다. 폭우 때 차량이 안심하고 건널 다리가 없기 때문이다.

폭우 속에 계곡을 건너려 했던 피해자들의 안전의식도 문제지만 청도군과 펜션 업주 등의 안전 불감증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청도군은 피서철마다 수천 명이 한꺼번에 몰리는 곳인데도 다리 건설에 무심했다. 펜션과 야영장 업주들은 민원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는 것이다.

청도군은 물론, 이곳 업주들도 폭우를 예상해 피서객을 미리 내보내거나 통행제한 등 안전관리에 경각심을 가져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청도군은 하천 주변 스피커로 경고방송을 하고, 업주에게 안전 유의 휴대전화 메시지를 수차례 보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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