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이상 기온

입력 2014-08-04 07:07:54

산업화의 발달로 사람들의 생활은 한층 더 좋아지고 있고, 정보화시대의 도래로 세계는 하나가 되고, 우리 생활에 아주 밀접한 가전제품의 발달로 더운 여름은 시원하게, 겨울은 따뜻하게 나는 등 정말 살기가 좋아졌다. 에어컨을 켜면 시원한 바람이 나오고 냉장고엔 얼음이 꽝꽝 얼어 입안을 시원하게 해준다.

그러나 한편으론 걱정도 된다. 한여름 도심을 지날 때면 항상 느끼는 건데 흙바닥이 사라지고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길이 뒤덮이면서 나오는 복사열, 자동차가 지날 때마다 푹푹 찌는 엔진의 열기, 그리고 에어컨 실외기에서 나오는 뜨거운 바람 등등 이 모든 게 이 여름을 한층 더 덥게 하고 있지 않은가 생각을 해본다. 물론 산업의 발달로 인간들의 생활이 윤택하게는 되었지만 그 반대로 인간들의 편한 생활을 위해 자연을 훼손하므로 자연의 순리를 역행해 고스란히 우리가 그 벌을 받고 있는 것이 바로 이상 기온 현상이 아닐까.

나의 기억으로는 2003년인 것 같은데, 그해 프랑스에 있을 당시 유럽 전역의 이상 기온으로 더위에 허덕였던 생각이 난다. 그 당시 파리의 여름 기온이 35℃까지 올라갔고 저녁에도 30도로 파리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기온이었다. 파리는 여름 평균기온이 25도 정도로 건조한 바람이 불며 온도가 올라가도 그늘에서 햇볕만 피하면 더위를 느끼지 못했는데 그해는 너무 달랐다. 이런 이상 기온으로 제일 고통받았던 사람이 노인들이었다. 우리나라도 고령화로 홀몸노인들이 많듯이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어르신들은 더위를 못 이겨 탈진해 지쳐 쓰러지고, 응급조치를 하지 못해 많은 분이 돌아가시는 안타까운 일들이 발생했다. 혹자는 에어컨을 사용하면 되지 않을까 할지 모르지만, 파리의 평균기온을 보았을 때 에어컨이 필요 없고, 그리고 건축법상 에어컨 실외기를 마음대로 밖으로 내 놓지 못하기 때문에 에어컨이 있는 집이 많지 않다. 아마도 그 당시 파리 사람들은 더위가 얼마 지나지 않아 지나갈 것이라는 생각에 '내일이면 괜찮겠지'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더위가 한 달 넘게 지속되자 결국 노인들이 큰 피해를 보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해 스위스로 여름휴가를 다녀온 친구들의 말을 빌리자면 알프스 융프라우 꼭대기의 만년빙하 밑 얼음동굴 바닥이 질퍽거릴 정도로 녹았었다고 하니 말이다.

과연 이상 기온을 해결할 대책이 없을까? 요즘 우리나라도 봄과 가을이 짧아지고, 점점 동남아 지역 날씨를 닮아가는 것 같다.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이상 기온의 심각성을 인식하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이 무더운 여름 날씨에 부모님들께 안부 전화라도 한 통 드리면 좋을 것 같다.

김형석(대구영재오케스트라 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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