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서 & 아래로'…프란치스코 교황이 가는 최초의 길

입력 2014-08-02 07:56:36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타임지 올해의 인물 선정은 시작에 불과하다. 전 세계를 통틀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인기 1위다. 그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모든 이들에게 위로와 격려가 되고 있어 가톨릭 신자가 아니라도 사람들을 열광케 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3월 선출과 동시에 각종 최초의 기록을 세웠다. 1282년 만의 첫 비유럽권 교황, 미주대륙 출신의 최초의 교황, 첫 예수회 출신 교황으로 기록됐다. 또 빈자를 위한 성인(아시시의 프란치스코)을 교황명으로 선택한 최초의 교황이 됐다. 그에게는 이처럼 최초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닌다. 최초라는 말은 바꿔 말해 관례도 없고 전통도 없는 길을 간다는 이야기다. 실제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를 보면 언론들조차 예상하지 못했을 정도다. 심지어 '완벽한 마르크스주의자'라는 비판도 받았다. 교황은 그래도 그의 길을 계속 가고 있다.

전임 교황들에게서는 도저히 볼 수 없었던 모습을 프란치스코 교황은 스스럼없이 보여준다. 무슬림 여성의 발을 씻기고 입맞추거나 교황 전용 차량인 벤츠의 뒷좌석에 타는 대신 준중형인 포드 포커스 중고를 직접 운전한다. 처음에는 일종의 퍼포먼스로 보았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본다. 교황의 일관된 메시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가 아닌 '옆에서'와 '아래로'라는 것이다.

그는 가난한 이민자의 아들이다. 교황의 아버지는 이탈리아에서 배를 타고 죽을 고비를 몇 번씩 넘기며 여섯 달 만에 아르헨티나에 도착해 철도 노동자로 일했다. 교황이 유럽의 반이민 정서를 강하게 비판하고, 시리아 난민 문제에 유독 관심을 기울이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또 사제가 되기 전 청소부, 술집 문지기, 화학자, 문학 교사 등 소시민의 삶을 직접 경험했다. 사제가 된 뒤에도 교황은 '빈자들의 세계'를 떠나지 않았다. 미혼모의 자녀들에게 세례를 주지 않는 동료 사제들을 대놓고 비판했다.

최근의 마르크스주의자 논란도 눈길을 끈다. 교황은 자본주의의 탐욕을 거세게 비판했다. 특히 교황은 경제가 성장하면 자연스럽게 아래로 분배가 이뤄진다는 '낙수 효과'에 대해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린 경제의 권력이 긍정적 효과를 낼 것이라는 순진한 믿음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일각으로부터 "교황의 말은 완전한 마르크스주의"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교황의 반응은 "난 괜찮아"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숙소는 '주한 교황청 대사관'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기간 동안 어디에 머무를까. 서울 종로구 궁정동에 있는 주한 교황청 대사관이다. 1984년 및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방한했을 때도 묵었던 곳이다. 교황은 방한 기간 내내 소박한 침실을 이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 주한 교황대사인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가 사용하던 침대와 옷장을 그대로 쓸 계획이다. 최근 국내 유명 침대 제조업체에서 침대를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교황대사관 측에 전달했지만 정중하게 거절하는 일도 있었다. 교황의 침실은 경호 및 보안상 이유로 공개되지 않는다.

교황의 식사도 대부분 주한 교황청 대사관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교황방한준비위원회 관계자는 "교황께서는 15일 대전에서 있을 아시아 청년대회 참가자들과의 오찬과 17일 충남 서산 해미순교성지에서 있을 아시아 주교들과의 오찬을 제외한 모든 식사를 교황청 대사관 내 식당에서 드실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황의 식단은 평소 교황청 대사관 직원들이 먹는 메뉴와 다르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 교황청 대사관은 1955년에 세워졌다. 총 면적 2천300여㎡에 건물면적 1천600여㎡ 규모로 된 2층 건물이다. 청와대와 인접해 있어 재건축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냉난방 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곳이다. 교황이 묵을 침실에 설치된 에어컨도 교황 방한을 앞두고 수리를 마쳤다.

◆이동 차량은 기아 준중형차 '쏘울'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기간 동안 이용할 차량은 기아자동차의 승용차 '쏘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쏘울은 배기량 1천600㏄급 승용차이며 준중형차로 분류된다. 쏘울이 낙점된 데에는 평소 프란치스코 교황의 차량 선택 기준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황은 최근 "많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차가 필요하지만, 검소한 차를 골랐으면 한다" 며 "화려한 차가 타고 싶다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아이가 배고픔으로 죽어 가는지 떠올려 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또 지난해 취임 이후 일명 '파파모빌'(교황 전용으로 개조된 방탄차)을 이용하지 않겠다고 공언해 왔으며, 방한 때도 가장 작은 급의 한국차를 타고 싶다는 뜻을 준비위에 전한 바 있다. 준비위는 이 같은 뜻을 존중해 국산 소형 및 준중형차 후보군 3, 4개를 골랐고, 경호 및 안전 등의 문제를 고려한 결과 최종적으로 쏘울을 선택해 다시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황이 최근 브라질 방문 때 탔던 피아트의 다목적차량(MPV) '아이디어'도 배기량이 1천600㏄급이다. 교황은 평소 바티칸에서도 포드의 배기량 1999㏄급 준중형차 '포커스'를 탄다.

교황은 서울시내 등 단거리 이동 시에만 쏘울을 탄다. 지방 장거리 이동 시에는 청와대가 제공하는 전용 헬기를 이용한다.

연합뉴스'황희진 기자 hhj@msnet.co.kr

※프란치스코 교황 약력

출생 1936년 12월

사제 수품 1969년 12월

주교 임명 1992년 6월

추기경 서임 2001년 2월

교황 선출 2013년 3월

교황의 본명은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 이탈리아에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이주한 철도 노동자 가정에서 5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대학에서 화공학을 전공하는 등 화학자가 꿈이었지만 다시 신학교에 입학해 사제의 길을 선택한다. 이후 1992년 부에노스아이레스 보좌주교, 1997년 부에노스아이레스 부교구장 대주교, 1998년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장으로 임명된다. 2001년 추기경으로 서임됐고, 2005~2011년에는 아르헨티나 주교회의 의장을 역임했다. 그리고 지난해 가톨릭교회 역사상 최초의 아메리카 대륙 출신 교황, 최초의 예수회 출신 교황으로 선출됐다.

황희진 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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