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주말, 시장을 볼 요량으로 인근의 대형마트에 들렀더니 마침 방학이고 주말이라 사람들이 붐볐다. 그때 복잡한 사람들 틈바구니를 헤집고 다니면서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허둥대는 엄마를 보았다. 대부분 무심히 지나치고 있었고 이따금 '어쩌다가'라는 동정의 눈길만 줄 뿐 다들 자신들의 쇼핑에 바빴다.
나도 아이를 잃어버린 것을 알아차린 순간 하늘이 노래지는 충격과 순간 머리가 텅 빈 것처럼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던 지난 경험이 생각나서, 그 엄마를 진정시키며 우선 마트 직원에게 신고를 하라고 조언을 하고 같이 찾아다녔다. 다행히 울고 있는 아이를 매장 직원이 달래고 있었다. 그 엄마가 아이를 끌어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나 역시 아이들이 어릴 적에 갓 개장한 놀이공원에 갔다가 딸 아이를 잃어버렸던 적이 있다. 놀이공원 자체가 워낙 시끄러워 방송을 해도 알아들을 수 없는데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아이를 찾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웠다. 주변 사람들 역시 '나의 아이 찾기'를 남의 일 보듯 했다. 기적적으로 길가에 앉아 울고 있는 아이를 발견했을 때의 심정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를 잃어버리면 혼자 정신없이 찾아다니거나 어쩌다 관리사무실 측에서 알아듣지도 못하는 구내방송 몇 마디 해주는 것으로 책임을 다한 것처럼 여기는 풍토에서 지내온 것이 주변의 어린이 실종 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올해 1월 28일 자로 '실종 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속칭 한국형 '코드 아담'제(실종 아동 등 조기발견 지침)가 29일 자로 시행됐다. 코드 아담은 미국의 미아 찾기 프로그램으로, 다중이용시설에서 미아가 발생했을 경우 현장에서 곧바로 실행하는 실종 아동 수색 프로그램이다. 1983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도입돼 이듬해 월마트 매장에서 시작됐으며 2003년 법으로 제정되어 2012년 현재 모든 연방에서 도입하고 있다.
1981년 유명 방송인이었던 존 월시의 아들 아담 월시가 미국 플로리다 시어스 백화점에서 실종된 지 보름 만에 살해된 채 발견돼 미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에서는 실종 아동 보호와 아동범죄 예방을 위한 캠페인이 대대적으로 진행됐다. 놀이공원 등 다중이용시설의 경우 미아 발생 신고가 접수되면 즉각 안내방송과 경보를 발령하고 출입구를 봉쇄해 집중적으로 수색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10분이 지나도 실종자를 찾지 못하면 경찰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하였다.
우리나라도 이번 지침의 시행으로 1만㎡ 이상 다중이용시설에서 실종 아동이 발생했을 경우 시설관리자가 경보 발령과 수색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고, 박물관'미술관은 물론 1천 석 이상 공연장 등은 이러한 지침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 최고 40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지침의 주요 내용은 다중이용시설 관리 주체는 실종 아동 신고가 들어오면 곧바로 시설 자체적으로 경보를 발령하고, CCTV를 집중 관찰하며, 출입구 등에 종사자를 배치하여 감시와 수색을 실시하여야 한다.
지침에 따라 조치를 하지 않으면 400만원, 종사자들의 교육훈련을 실시하지 않으면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등, 다중시설 운영자에게 실종 발생 후 초기 대응을 강제할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선제적 안전조치가 가능하게 되었다.
우리 중부경찰서 관내에는 코드 아담제 대상 시설로 현대백화점 등 대규모 점포 8개소, 대구역 등 철도와 도시철도 역사 6개소 도합 15개소가 있으며 대구지방경찰청 관내에는 75개소가 있다.
우리 경찰서뿐만 아니라 대구, 나아가 우리나라 전체에서 더 이상 아이를 잃어버려서 가슴 아파하는 엄마들이 발생하지 않기를 빌면서 자치단체를 비롯한 관공서는 물론 다중이용시설 관리 주체인 업주들의 세심한 배려와 관심을 촉구한다.
윤현선/대구중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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