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범어천은 도심 생태하천으로 보존해야

입력 2014-07-30 11:37:40

대구 수성구청이 80억 원을 들여 생태하천으로 복원한 범어천의 일부 구간에 약간의 비에도 범람해 사용하기 어려운 산책로를 만들면서 예산을 허비한 꼴이 됐다. 구청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범어천을 생태하천으로 만들기로 했다. 1단계 두산 오거리~어린이회관 구간은 지난 1월 끝냈고, 2단계 중앙고 동북쪽에서 신천시장 구간은 현재 공사 중이다. 이 과정에서 구청은 주민의 요구로 두산 오거리에서 어린이회관 구간에 산책로를 만들었지만, 이곳은 하루 20㎜의 비만 와도 물이 넘쳐 산책로 사용이 어렵다.

문제는 구청이 처음부터 생태하천 복원을 계획했고, 산책로를 만들어도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주민의 요구에 밀려 산책로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구청에 따르면 이곳을 산책로로 활용하려면 비가 왔을 때 범람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이 경우 빗물을 가두는 시설과 이 빗물이 생활오수와 섞이지 않도록 다른 관로를 설치해야 하는 등 엄청난 대공사를 벌여야 한다. 이는 대구시가 신천 유지수를 위해 하려다 유보했을 정도로 사업비가 많이 든다. 구청에서는 2천억 원 이상이 들 것으로 추정했다. 더구나 구청은 시와 협의 과정에서 애초 150억 원의 사업비를 80억 원으로 줄였다. 이 금액은 마른 하천인 범어천에 30㎝ 이상의 물을 흐르게 하는 데에 목적을 두고 편성한 사업비다.

이번 사안은 수성구청의 행정력 부재와 주민의 무리한 요구가 겹치면서 일어났다. 구청은 사전에 산책로가 불가능한 것을 알고도 주민을 설득하지 못했다. 반면 주민은 민원을 앞세워 구청을 압박해 산책로를 만들었지만, 결국 예산 낭비로 이어진 셈이 됐다. 물론, 범어천이 주민 휴식처를 제공하는 친환경 하천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면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1.6㎞ 구간 복원을 위해 수천억 원을 들여야 한다면 그 효율성에서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주변에 마땅한 산책로가 없는 주민의 요구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생태하천을 만드는 목적은 자연을 보존해 수생(水生)과 인근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함이다. 현실적으로 범어천은 도심 생태하천으로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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