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가 격돌하고 있는 가자지구에 땅굴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대략 15년쯤 전이다. 이스라엘군이 국경을 통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땅굴은 가자지구와 이집트를 연결하는 유일한 비밀 통로였다. 무기도 오가고, 생필품도 오갔다. 밀수 규모가 커지자 수십 개이던 땅굴이 수백 개까지 늘었다.
하마스 정부는 나중에 이 땅굴을 이스라엘 공격용으로 돌렸다. 이스라엘 영토 깊숙이 파고들어가 이스라엘 국경수비대의 뒤통수를 치기 위해 땅굴을 팠다.
이렇게 파내려간 땅굴은 이스라엘엔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로켓 공격은 철벽 미사일 방어시스템인 아이언 돔으로 무력화했지만 땅굴에선 언제 적군이 튀어나올지 몰랐다. 이스라엘은 땅굴을 탐지해 내기 위해 음파와 지진계, 레이더 등 장비를 총동원했다. 하마스는 탐지를 피하기 위해 거의 수작업으로 땅굴을 파고 있다. 대부분 땅 밑 20m 이상을 파내려간다. 땅굴 입구는 학교나 모스크, 공공건물이나 가정집의 지하와 연결해 은폐했다. 이쯤 되면 어떤 첨단 기술로도 찾아내기가 어렵다.
결국 이스라엘은 지상군을 투입해 직접 땅굴을 수색해 폐쇄하기 시작했다. 하마스의 로켓 공격에도 끄떡없던 이스라엘 측도 55명의 사망자를 냈다. 그럼에도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의 땅굴이 모두 파괴될 때까지 우리 군은 가자지구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장기전도 불사할 태세다. 그만큼 하마스의 땅굴을 위협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스라엘의 결연한 의지에 하마스의 땅굴은 부메랑이 되어 오히려 하마스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최근 영국 텔레그래프지에서 가자지구 내 땅굴은 하마스가 북한 땅굴 전문가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도 그럴 것이 북한의 땅굴 파는 솜씨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군은 지난 1990년 3월 강원도 양구에서 발견된 제4 땅굴을 끝으로 더 이상 땅굴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대로라면 북한은 사용하지도 않는 땅굴 기술을 하마스에 수출한 것이 된다. 과연 그럴까. 이스라엘은 지하 수십m 파내려간 하마스의 땅굴도 찾기 어렵다고 넋두리다. 지하 100m를 더 파내려가는 북한 땅굴이 더 이상 없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어느 날 갑자기 그들이 땅굴에서 불쑥 솟아나올 때까지 모른 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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