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책!] 뇌의 배신

입력 2014-07-19 08:00:00

뇌의 배신/ 앤드류 스마트 지음/ 윤태경 옮김/ 미디어윌 펴냄

고도로 발전된 현대사회에서 인간을 해방시킬 것이라 믿었던 기술의 발전은 오히려 더 많은 업무를 하도록 만드는 굴레가 됐다. 언제 어디서나 업무를 이어갈 수 있게 된 우리의 삶은 아무 생각도 없이, 걱정 없이 멍하니 앉아 있는 소중한 습관도 빼앗기고 말았다. 현대인들은 무조건 열심히, 바쁘게 사는 것이 곧 성공의 길이라 생각하는 집단 최면에 걸쳐 있다.

스웨덴의 신예 뇌과학자인 앤드류 스마트는 일 중독자들로 가득 찬 세상을 비판하며, 일하지 않는 무위(無爲)의 행동이 왜 나태하고 게으른 자의 시간 낭비라는 오명을 쓰게 되었는지에 대해 역사적 사실을 통해 추적한다.

저자는 뇌과학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는 뇌의 기저 상태인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를 내세워 게으름을 찬양한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는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 활성화되는 독특한 개념이다. 신경과학자인 워싱턴 대학의 마커스 라이클 교수는 실험참가자들이 문제풀이에 집중하면서 생각에 골몰하자 두뇌 특정영역에서 활동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줄어드는 것을 발견했다. 반면 테스트가 끝나고 실험참가자가 과제에 집중하기를 멈추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가 되자 이 영역의 뇌 활동이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뇌는 사용할수록 활성화된다는 기존의 연구와 이론과는 전혀 다른 결과에 라이클 박사 역시 놀라워했다. 아무런 자극이 주어지지 않는데 돌연 좋은 생각이 번쩍 하고 떠오르는 것은 두뇌가 저장해둔 '내면의 지식'이라는 엄청난 보물을 꺼내놓기 때문이다.

이메일을 확인하고, 전화를 받고,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고, 끊임없이 SNS까지 확인하느라 바쁜 현대인들의 뇌는 휴식을 갈구하고 있다. 208쪽,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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