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봤나요? 이색버스…'달리는 식물원' 420번 버스

입력 2014-07-19 08:44:12

승객 위해 다양한 서비스

420번
420번 '식물원 버스' 내부 모습. 나팔꽃 덩굴이 운전석 뒷자리에서 차량 뒤쪽까지 뻗어 있다.
'마이크 맨' 박재섭 기사.

대구에는 '식물원 버스'가 있다. 버스기사 백원현 씨가 운행하는 420번 노선버스는 버스 내부가 온통 나팔꽃으로 장식돼 있다. 버스를 타자 버스 내부 천장에 나팔꽃 덩굴이 가는 철사를 타고 앞쪽에서 뒷좌석을 향해 뻗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백 기사는 삭막한 도심에서 승객들이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6년 전 이 같은 아이디어를 냈다. 그가 운전하는 버스는 구형 저상버스로 버스 앞'뒤 활용 공간이 넓다. 이 여유 공간에 화분을 놓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주위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승객들이 버스 안 화분을 보고 "고맙다", "행복하다" 등의 반응을 보이면서 백 기사는 자신감을 얻었다.

동료들은 백 기사가 화분 관리에 지극 정성이라고 입을 모은다. 버스 기사들은 2시간가량 운행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오면 30분 정도 쉴 수 있다. 백 기사는 휴식시간에 철사에서 떨어진 덩굴이 있진 않은지, 화분에 물이 부족하진 않은지 등 화분 관리에 신경을 쓴다. 5일에 한 번 쉬는 날에도 회사에 나와 화분에 물을 줄 정도다.

승객 김효진(27) 씨는 "몇 년 전 처음 봤을 때는 무척 신기해 조화인지, 생화인지 궁금해 만져보기도 했다"며 "식물원에 온 느낌도 나고 예뻐서 구경하느라 내릴 곳을 놓칠 뻔한 적도 있다"고 했다.

909번 노선버스 박재섭 씨는 별명이 '마이크 맨'이다. 그는 기사 모자와 제복에 넥타이를 매고 헤드 마이크를 착용한 채 운행한다. 승객이 승'하차할 때 그의 마이크는 빛을 발한다. 승객이 탈 때 "안녕하세요", 내릴 때 "안녕히 가세요"라며 인사한다.

1999년 5월부터 마이크를 사용하고 있는 박 기사는 "마이크를 사용함으로써 운전을 더 조심하게 돼 안전운행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박 씨는 "처음에는 마이크를 사고는 멋쩍어서 막차 운행 때까지 사용하지도 못했지만 용기를 내 마이크로 인사를 하니까 승객들 반응이 좋아 자신감을 얻어 계속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 청송 출신의 박 기사는 10살 무렵 안경을 맞추러 아버지와 대구에 와서 버스를 처음 탔다. 버스가 신기해 두리번거리다 내릴 곳을 놓쳐 아버지와 잠시 떨어져야 했다. 이런 기억에 승객들이 "기사님, ○○가요?"라고 물으면 기억해뒀다가 정류소 안내방송 때 덧붙여 말해주고 있다. 박 기사는 "내 차에 타는 승객을 내 집에 온 손님처럼 생각하고 인사한다"며 "누가 알아주길 바라는 게 아니라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대구에는 지난해 12월 24일 산타클로스 모자를 쓰고 운행한 버스 기사, 사탕 주머니를 비치해둔 버스 기사, 양심우산을 빌려 주는 버스 등 다양한 이색 버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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