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현철의 '별의 별이야기'] 영화 '좋은 친구들' 배우 주지훈

입력 2014-07-17 14:36:59

"원래 제 인생의 좌우명은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어디서든, 무엇을 하든지요. 하하하."

배우 주지훈(32)과 이야기해 보지 않고는 그의 본래 모습을 알지 못한다. 겉모습만 보면 속된 말로 '싸가지 없어 보인다'고 하는 이들이 많을 게 분명하다. 1시간만 대화하면 절대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는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남을 속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그는 과거의 잘못도 당당히 인정한다. 어떻게 하면 빠져나갈까 전전긍긍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상대를 유쾌하게 만드는 기술도 있다.

주지훈은 사람을 매료시키는 법을 알고 있는 듯했다. 지난 2012년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 개봉 즈음 만났던 주지훈은 지금과 똑같았다. 사실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정상의 자리에서 나락으로 떨어졌던 그가 오랜만에 복귀하는 것이라 부러 예의 바른 척, 친근한 척하는 줄 알았다. 착각이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좋은 친구들'에서 호흡을 맞췄던 배우 지성도 주지훈에 대해 "강한 인상이다 보니 건방질 것 같다고 생각했다. 저보다 키도 크고,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눈빛 자체가 같이 촬영하면서 기분 나쁘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선입견이라는 걸 깨달았다. 주지훈은 5살 많은 형 지성도 돈독한 친구로 만들어 버렸다.

우발적인 사건으로 의리와 의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세 친구를 그린 영화 '좋은 친구들'. 주지훈은 양아치 속물근성이 가득한 보험설계사 인철 역을 맡았다. 실제와는 다른 모습인데 현실 속 모습이 아닐까 착각할 정도로 연기를 잘했다. 주지훈은 "좋게 봐주니 다행"이라며 즐거워했다. 지성과 주지훈, 이광수 등 세 명이 주인공인 영화인데, 주지훈이 유독 돋보인다는 평이 많다. 다른 배우들에게 미안하지 않으냐고 하니 주지훈은 웃으며 영화와 다른 배우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좋은 평가를 받는 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도 "나만 보인다는 건 영화에 안 좋은 것 같다"고 걱정했다. "모두 괜찮지 않았어요? 지성 형은 절제해야 하는 캐릭터를 잘 잡아서 절 이끌어줬고요, 광수는 진짜 착하고 똑똑한 연기자더라고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는데…. 처음에는 우리 세 사람의 조합이 그림이 안 그려진다고 했어요. 그런데 영화를 본 분들이 좋게 평가해 주니깐 행복해요. '우리가 이 정도야' 하는 우쭐한 마음도 있고요."

이광수에게는 "미안한 마음도 있다"고 했다. 비 오는 날 싸움박질하는 장면 때문이다. 주지훈은 "합이 짜여 있는 액션은 속일 수 있지만 막싸움은 속일 수 없더라"고 털어놓았다. 얼마나 리얼하게 치고받았는지 이광수는 그에게 "형 너무 아파요"라고 솔직하게 말했을 정도였다.

주지훈은 극 중 인철과 동거하는 술집 아가씨로 등장해 쥐어박히고 맞는 장희진에 대해서도 "'얼굴은 안 때릴게'라고 해놓고 뒤통수 같은 곳을 진짜 심하게 때렸다"며 "나중에 희진이가 '주지훈, 꼭 복수할 거야'라고 했다"는 에피소드도 전했다. 미안한 마음이 들긴 하지만 리얼한 연기 때문에 영화 보는 맛이 배가 됐으니 관객에게는 만족스럽게 느껴질 것 같다.

'좋은 친구들'은 극의 중심을 잡아주는 지성과 친구의 어머니를 죽게 해 고뇌하는 캐릭터를 연기한 주지훈'이광수의 조화가 뛰어난 작품이다. 그 상황에서 감독이 만들어낸 촘촘한 구조로 전개되는 이야기가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다. 주지훈은 이도윤 감독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그는 "감독님 안에 인철이, 현태, 민수의 면모가 다 있는 것 같더라. 시나리오를 잘 쓰셔서 읽기만 해도 각 인물을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믿음을 드러냈다. 이 감독을 향한 호칭을 '도윤 형'이라고 하는 그는 "다른 작품을 같이 하자고 하면 바로 함께할 것"이라고도 했다.

주지훈은 이 작품을 위해 몸무게 10㎏을 불렸다. 방탕한 30대 속물을 연기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살을 찌우는 건 어렵지 않았다"는 그는 "배우는 캐릭터에 따라 체중 변화를 하는 것일 뿐"이라고 대수롭지 않아 했다. 그는 굳이 따진다면 인철의 외적인 모습보다 내면을 조절하고 표현하기가 더 어려웠다고 했다.

감정선을 유지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유쾌한 현장이었다고 좋아하는 주지훈. 그는 "친구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내용 때문인지 주위에서 여행도 가고 머리 좀 식히라고 했는데, 감정적으로는 괜찮았다. 현장 분위기가 좋아서인지 이미 놀다 온 기분이었다"고 회상했다. 다만 아쉬운 건 "15세 관람가 판정을 받을 줄 알고 생각해서 찍었는데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판정이 나올 줄 알았으면 좀 더 깊이 있게, 과감하게 담았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모든 작품에 애정이 가득하겠지만 '좋은 친구들'은 특히 더 그런 듯하다. 흥행이 되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아도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자신과 같은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고 바란다.

"영화 보고 나서 소홀했던 인연이나 친구가 떠올랐으면 좋겠어요. 또 '아, 소주 한잔 마시고 싶다'고 하면 많은 공감을 나눴다고 생각해요. 친구나 사랑을 떠올리며 '나는 좋은 친구였던가?'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했으면 좋겠고요."

현실 속 친구들과의 우정에 대해서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전 솔직한 편이에요. 고마우면 고맙다고,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바로 얘기해요. 내가 모자라서 잘못한 것이니 그런 것에 대한 자존심을 내세우지는 않아요. 물론 영화 속 상황이 벌어진다면 선택이 쉽진 않겠죠.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 게 가장 좋은 거겠죠?"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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