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경험 외국어 유창, 현지 영업 선봉장 역할…매출 수직 상승 이끌어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한 조호준(31) 씨는 지난해 아버지 회사인 (주)영풍에 입사해 대리로 근무 중이다. 유창한 일본어 실력을 바탕으로 일본 현지 바이어와 면담하는 것은 물론 전시회 등 해외 영업활동에서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조 대리는 "아버지 권유로 일본에서 공부하면서 회사의 영업을 조금씩 도운 바 있다"며 "이때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활용하니 훨씬 더 성취감도 크고 회사가 얻는 이득도 많은 듯하다"고 말했다.
가업승계를 고민하는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자녀를 '수출 전문가'로 키우고 있다. 국내 시장에 머물렀던 1세대에서 나아가 유학과 해외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수출 행동대장'으로 뛰는 2세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1세 경영자들은 국내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회사를 운영해왔다. 외환위기(IMF)를 거친 뒤 2000년대 들어 내수시장 한계 극복을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중소기업이 서서히 나왔다.
하지만 이들이 겪는 문제 대부분이 '언어'와 '해외 바이어 발굴'이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경영자들은 일찍부터 자녀를 해외로 유학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일차적으로 먹고살 만한 상황이 되고서 아들을 해외에 유학 보냈다"며 "꼭 회사를 맡기기보다는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는 선진교육을 시키고 싶어서였다"고 말했다.
2000년대 후반들어 유학을 마친 2세들이 부모의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이들의 역할이 '수출 행동대장'이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다. 일찍부터 해외 생활을 하면서 쌓은 유창한 외국어 실력과 경험이 해외 바이어를 상대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
한 2세 경영자는 "해외에서의 경험은 바이어들의 문화와 언어를 이해하고 직접적으로 대화할 수 있게 했다"며 "통역을 거칠 필요가 없어 영업이 성공할 가능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 2세를 수출 전문가로 키운 업체들은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보광직물은 2009년 2세인 손영익 이사가 입사한 뒤로 해외 수출이 급격히 증가했다. 미국과 중국에서 유학한 손 이사가 유창한 외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해외 바이어들을 발굴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손정길 회장은 "지난해 총 수출액이 26억원을 넘어섰다"며 "올해는 상반기에만 이보다 많은 34억원을 기록했는데 대부분 손 이사가 해외를 돌면서 영업한 덕분이다"고 말했다.
특히 보광직물은 올 3월 미국에 해외조달시장 진출기업 지정을 받은 것은 물론 미육군 국방 조달납품 입찰 가능 인증을 받는 등 손 이사의 해외 영업으로 회사의 위상도 높아졌다.
다이텍연구원 관계자는 "섬유업계에서 2세들의 해외 영업활동이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며 "새로운 바이어를 발굴해야만 회사가 계속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자녀를 수출 전문가로 앞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이 2세 경영자에게 수출을 맡기면서 회사의 성장과 가업승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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