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체들이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 채산성 악화와 통상임금 부담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15일 현재 원'달러 환율은 1천26원으로 2008년 8월 이래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져 수출 감소는 물론 수출 기업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원화 강세 수출에 직격탄
구미상공회의소가 최근 조사한 구미 지역 수출업체들의 원'달러 적정 환율은 1천102원, 손익분기점 환율은 1천73원이지만 환율은 이미 수출기업들의 수익성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내려갔다. 이 때문에 수출기업들은 환차손 피해, 채산성 악화, 운전자금 부족, 가격경쟁력 약화 등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미의 수출 실적도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구미세관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5월 말까지 구미 지역의 수출 실적은 142억1천4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52억7천200만달러에 비해 7% 감소했다. 무역수지 흑자액은 86억9천7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3억6천300만달러에 비해 16% 줄었다. 특히 5월 한 달간의 수출 실적은 27억1천700만달러로 지난해 36억2천700만달러에 비해 25%나 감소했다. 이 같은 환율이 지속될 경우 구미공단의 수출 실적은 18억달러 정도 감소돼 올 수출 목표(380억달러) 달성은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14일 1달러당 1천41원을 기록했던 원'달러 환율은 4월 30일 1천30원대로 떨어지더니 5월에는 1천20원 선이 무너졌다. 이달 2일에는 장중 1천9.7원까지 떨어지면서 약 6년 만에 처음으로 1천10원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한국무역보험공사의 조사에 따르면 적정한 손익분기점 환율은 대구경북 지역 주력 업종인 자동차부품과 섬유는 각각 1천49원, 1천52원으로 나타났다.
자동차부품 세척설비를 생산하는 유일엔지니어링은 환율이 떨어지면서 하루 만에 매출이 2천만원 줄어들었다. 또 다른 자동차부품회사는 해외 수출 부품이 제값을 받지 못해 적자 상태로 돌아섰다.
이곳 관계자는 "수익 마지노선 환율이 1천40원대인데 일찌감치 환율이 무너지면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수출을 하더라도 매출이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섬유업계도 마찬가지다. 수출 비중이 80%에 달하는 삼일방은 올 초 최저 환율로 예상했던 1천50원이 무너지면서 매출이 줄었다. 노현호 부사장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내려가면 월 2천만원의 손해가 발생한다"며 "1년이면 2억원이 넘는 매출 손실을 입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또 "현재 이익을 낸다고 하더라도 환율 하락으로 인해 2% 정도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DGB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원화가 달러화 및 엔화에 대해 5% 절상될 경우 대구와 경북의 생산은 각각 0.82%와 1.02%, 수출은 각각 3.68%와 3.62%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대구경북 월별 수출을 살펴보면 환율 하락으로 인한 타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4월 대구경북 수출 금액은 53억6천410만2천달러로 전년(51억5천77만9천달러)보다 4.1% 증가했다. 하지만 당시(4월) 최저환율(2013년-1천104.5원, 2014년-1030.3원)을 적용해 원화로 환산하면 수출금액은 오히려 2.8% 감소한다.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본부 관계자는 "환율 하락은 말 그대로 '적자 수출'을 불러오게 되는 셈"이라며 "실제 수출기업의 76.5%가 출혈 수출에 직면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을 정도다"고 분석했다.
대구경북 지역 업체들은 추가적인 환율 하락에 대비해 앞다퉈 사업 계획을 수정하고 있다. 한 섬유업체는 고정비용을 줄이기 위해 직원 근무시간을 줄이기로 했다. 이곳 대표는 "이 방법으로도 부족하다면 당장 50명가량 인원을 줄여야 될 수도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비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 발목 잡는 '통상임금'
환율만큼 지역 제조업계의 고민은 '통상임금'이다. 지난해 대법원으로부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결론이 나면서 올해 기업은 임금협상에서 노조와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특히 지역 자동차부품업계의 걱정이 크다. 성서산업단지의 한 자동차부품업체 대표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면 연간 인건비가 20%가량 늘어날 수 있다"며 "결국 설비투자할 자금이 줄어들고 경쟁업체보다 기술이 뒤처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통상임금 확대 시 국내 1차 협력업체 532개사의 인건비가 매년 5천914억원(9.4%)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7천~8천 개로 추정되는 2, 3차 협력업체 역시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고용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자동차부품업체들은 완성차업계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임금협상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양상이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 따르면 1~5월 대구청 담당 100인 이상 사업장 222곳 가운데 임금협상이 타결된 사업장은 35곳(15.8%)에 불과하다. 대구고용청 관계자는 "평소에 비해 타결률이 10% 정도 낮다"며 "현재 대구는 38개사가 통상임금과 관련해 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임단협이 늦춰지는 듯하다"고 말했다. 또 "아직 대구에서 통상임금에 대해 합의를 본 곳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성서산업단지와 달성공단 등에 제조공장을 갖고 있는 한 업체는 올해 수차례 임단협을 진행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통상임금에 대해 노사 간에 큰 이견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곳 대표는 "만약 노조가 강경하게 나와 파업이라도 한다면 큰일이 아니겠느냐"며 "또 다른 회사의 통상임금 적용 여부에 따라 직원 이탈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지역 자동차부품업계는 현대기아차와 르노, 지엠코리아 등 완성차업계에서 통상임금에 대한 협상이 끝나야만 노사 간 협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구미 이창희 기자 lch888@msnet.co.kr
노경석 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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