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외상센터 받긴 받았지만, 캄캄한 경대병원

입력 2014-07-11 10:53:33

헬리패드 공사비만 14억, 건물보강땐 140억…이용자는 年 수십명 불과 '부담'

대구경북권 중증외상환자를 담당할 중증권역외상센터 설치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치명적인 외상을 입은 환자들의 생명을 구할 핵심 의료 인프라지만 시설'장비 구축에 투입되는 사업비가 만만치 않은데다 헬리패드 등 일부 시설의 경우 설치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증권역외상센터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외상환자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응급진료체계다. 국내의 경우 교통사고나 추락 등으로 인한 중증외상환자 사망률은 35.2%(2010년 기준)로 10~15% 수준인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 크게 높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2천억원을 투입해 전국 16곳 거점 병원에 중증권역외상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경북대병원을 비롯한 11곳이 선정된 상태다.

경북대병원은 2016년까지 116억원을 들여 현재 응급병동 6층에 외상 전용 중환자실, 외상 전용 혈관조영실, 수술실, 각종 영상장비, 병실 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80억원은 국비로 지원받는다. 또 외상전담 전문의 인건비로 연차적으로 7억~27억원이 지원된다.

센터 개소를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과정에서 경북대병원은 큰 장애물을 만났다. 권역외상센터가 들어서는 응급병동 옥상에 설치될 헬리패드다. 보건복지부는 중증외상환자가 병원에 도착하는 즉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병원 건물 옥상에 헬리패드와 전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도록 했다. 규정에 맞추려면 응급병동 옥상에 기존에 있던 헬기 착륙장을 대신할 새 헬리패드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도심에 위치한 경북대병원의 특성상 주변 고층 건물과 충돌을 피할 수 있는 이'착륙장을 설치하려면 옥상 위에 높이 9.5m의 대형 구조물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도 옥상에 헬리패드가 있지만 항공법상 기준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현재 대구에 설치된 헬리패드 중 항공법 기준에 적합한 곳은 대구스타디움 인근이 유일하다. 경북대병원은 헬리패드 공사비로만 14억원이 들 것으로 보고 있다.

헬리패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건물 구조 보강공사도 필요하다. 지금 건물로는 3층 높이의 대형 철제 구조물과 헬기의 하중을 견디기에 무리다. 1억4천만원을 들여 헬리패드를 설계한 뒤 건물 구조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건물 일부 혹은 전체에 보강공사를 해야 한다. 건물 전체에 보강공사를 할 경우 공사비는 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건물 보강 공사 기간에는 안전 확보를 위해 응급병동을 모두 비워야 한다.

연간 수십여 명에 불과한 중증외상환자를 위해 매년 25억원 이상의 운영비를 부담해야 하는 점도 난제다. 정부는 2016년까지는 인건비 등 운영비를 지원할 계획이지만 이후에는 구체적인 방침을 정하지 않았다. 중증권역외상센터에 있는 각종 장비와 치료 시설은 언제 발생할지 모를 외상환자를 위해 비워둬야 한다. 수십억원을 들여 갖춘 각종 시설을 대책 없이 놀릴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이다.

경북대병원 측은 "권역외상센터로 지정된 단국대병원의 경우, 건물 옥상이 아닌 차로 10분 거리에 헬리패드를 만들었지만 보건복지부가 승인했다"면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안을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헬리패드는 환자 이송에 가장 적합한 지역에 갖추면 된다. 공모 당시에는 시설 기준에 맞게 구축하겠다고 신청해 놓고 지금 와서 어렵다고 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면서 "2016년 이후 운영비에 대해서도 정부는 지속적으로 끌고 간다는 입장이고 예산 배정이 없는 것도 아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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