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한 4대강 사업, 관리·유지도 잘 해야지요"
지난해 낙동강 달성습지에 천연기념물이자 세계적 보호 조류로 알려진 흑두루미가 17년 만에 나타나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보다 한 해 전에는 같은 곳에 재두루미가 나타나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이 두루미들은 낙동강 유역과 달성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매일같이 돌아다니던 한 사람에 의해 발견됐다. 늘 빨간 모자를 쓰고 달성습지와 낙동강 주변, 사문진나루터 주변을 순찰하는 박주덕(66'경북 고령군 다산면) 씨가 그 주인공이다.
◆새가 좋고 고향이 좋아 시작한 일
박 씨는 태어나서 줄곧 고령군 다산면에서 살아왔다. 환경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지만 본업은 수박 농사를 짓는 농부다. 농사만 짓던 그가 환경지킴이로 변신하기 시작한 건 1985년이었다. 세계적 보호 조류 중 하나인 호사도요새를 그 해 달성습지에서 발견하면서 환경지킴이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이때부터 박 씨는 일종의 사명감을 갖기 시작했다. 자신의 고향이자 생태계의 보고인 달성습지와 다산면 일대를 환경오염에서 지켜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박 씨는 고령뿐만 아니라 대구경북지역 어디든 야생동물, 특히 새가 다쳤다거나 보호가 필요하다는 요청이 들어오면 앞장서 출동한다.
"지금은 환경이 바뀌면서 겨울에 상주하는 철새는 많이 떠나고 일본으로 가기 전 잠시 경유하는 곳이 됐지만 제가 어릴 때만 해도 다산면 인근과 달성습지는 철새가 겨울을 보내는 곳이었지요. 그래서 새를 정말 많이 봤어요. 우리 마을로 날아오는 철새들이 좋았고 새들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는데 벌써 30년이 다 돼 가네요."
요즘 박 씨의 관심사 중 하나는 제비다. 몇 년 전부터 다산면 일대에 집을 짓고 서식하는 제비들이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도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제비들이 먹이가 풍부한 다산면과 달성습지 근처 주택가와 건물에 집을 짓기 시작했다. 박 씨는 지금 이 제비들이 다산면에 터를 잡고 매년 여름마다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관심이 많다.
◆4대강 사업, 관리 제대로 해야
박 씨가 지켜보고 관리하는 사문진나루터 주변과 다산면 일대는 4대강 개발 사업이 진행된 곳이기도 하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녹조도 발생하고 주변 생태계가 파괴되는 등 부작용에 대한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많이 언급되고 있는 가운데 박 씨 또한 지금의 4대강 개발 사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4대강 유역을 생태친화적으로 개발하려는 의도는 좋다고 봅니다. 문제는 관리예요. 제가 4대강 자전거길을 따라 나루터와 달성습지 인근을 돌아다니다 보면 녹조가 계속 늘고 있어요. 물이 고여 있기 때문에 생긴 현상입니다. 달성습지 주변은 금호강과 낙동강, 그리고 인근의 작은 하천까지 5개 하천의 물이 만나는 곳입니다. 당연히 이 근처에서 물이 고이게 마련입니다. 필요하다면 수문을 열어 물이 흐르게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박 씨는 4대강 개발 공사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낙동강의 자연환경을 즐기게 된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하지만 주변 경관 관리의 미흡, 관광객들의 부주의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4대강 주변에 조경한다고 심어놓은 나무들이 점점 말라죽고 있어요. 주변이 대부분 모래밭이라 나무가 제대로 자라기 힘든 곳인데도 마구잡이로 심어놓고 관리를 안 하니 말라죽죠. 4대강 유역에서 강을 즐기는 사람들도 철새가 오는 철에는 조심해야 해요. 특히 무선조종 비행기를 날리는 사람, 행글라이딩, 패러글라이딩하는 사람, 낚시하러 오는 사람들은 철새 서식지에 소음을 유발시키고 뒷정리도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사람들이 서식지를 더럽히면 결국 철새들이 살지 못하고 떠나게 됩니다. 조심해야 해요."
◆오해도 받지만 그래도 자연이 좋다
30년 가까이 고향에서 환경지킴이로 살면서 박 씨는 검찰에 5번, 경찰에 11번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누군가가 박 씨에게 뇌물수수나 횡령 혐의를 씌워 고소'고발한 것인데 모두 무혐의로 정리됐다.
"이 근처에 레미콘 공장이 하나 있는데 예전에 거기서 날 고발한 적이 있었어요. 어떤 환경단체가 쓸데없는 걸로 꼬투리를 잡고 협박해서 레미콘 공장에서 돈을 뜯었나 봅니다. 그런데 그 배후에 내가 있다는 거예요. 알고 봤더니 그 환경단체에 일하는 사람이 나와 안면이 있었던 사람인데, 어쩌다 보니 내가 걸려든 거지. 결국 무혐의로 끝났지만 그래도 뭔가 섭섭하기도 하더군요. 환경지킴이 하면서 이런 일 꽤 많이 겪어요. 아무래도 환경 관련해서 잔소리를 많이 하니까 주변에서 보는 눈이 안 좋았던 모양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씨는 환경지킴이 활동을 멈출 생각이 없다. "나 자신이 잃을 게 없어서"라지만 무엇보다 자기가 자연과 함께 하며 자연을 지키는 일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지난겨울 고령군 개진면에 독수리 한 마리가 탈진해 쓰러져 있다는 연락이 와서 바로 달려갔지요. 정말 독수리 한 마리가 논에 쓰러져 있더군요. 바로 집으로 데려와서 보살펴주니 4일 만에 기운을 차리고 날개를 퍼덕거리면서 날아가더군요. 가끔 다치거나 지친 새들을 보호하고 떠나보내게 되는데, 그때마다 가슴 한 켠이 찡해왔어요. 이런 감정을 느끼다 보니 새를, 자연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마 평생 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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