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신언행록
중국 송나라 때 명신들의 언행에 관한 일화를 모아놓은 책이다. 시대 순으로 재상 이하 명신 97명의 일화를 실었다. 송대 성리학자 주희(朱熹'1130~1200'보통 '주자'라고 높여 부른다)가 편찬했다. 모두 14권. 정치적 지혜와 처세의 요체에 관한 책으로 오랫동안 '정관정요'와 함께 널리 읽혔다. 오늘날로 말하면 '위인전기'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정치인은 물론이고 조직의 지도자, 경영자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이 책이 널리 읽히자 이유무가 황조명신언행속록(皇朝名臣言行續錄) 등 3종의 언행록을 더 편찬했다. 몇 개의 일화를 들어본다.
▶형벌과 상은 천하의 것이다
송나라 초기 재상을 지낸 조보는 초대 황제 태조와 2대 황제 태종을 모셨는데, 인품과 실천력, 안목이 남달랐다. 어느 날 조보가 어떤 사람을 추천했다. 태조가 거부하자 조보는 다음날 다시 재가를 청했다. 태조가 문서를 찢어버리자 조보는 풀로 붙여 다음날 다시 올렸다. 그러자 태조는 할 수 없이 재가했다. 과연 추천된 그 사람은 능력을 발휘했다.
또 조보가 어떤 사람의 승진을 청했는데 태조는 평소 그 사람을 미워했으므로 허가하지 않았다. 조보는 "형벌은 악을 다스리고, 상은 공적에 보답하는 것입니다. 상벌은 원래 천하의 것입니다. 개인의 감정에 좌우되면 안 됩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왕은 궁중에 칩거해 버렸다. 조보가 문 앞에서 계속 기다리자 태조는 조보의 뜻을 받아들였다.
조선 중종 때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조광조가 '위훈삭제'(僞勳削除'중종반정 때 공을 세운 정국공신들 중 자격이 없다고 평가된 사람들의 공신호를 박탈하고 토지와 노비를 환수한 것)를 청하자 왕은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자 조광조는 퇴청하지 않고 궁중에서 밤을 새워 마침내 왕의 허락을 받아냈다.
▶남의 잘못은 모르는 게 약이다
송나라 태종 때 명재상 여몽정은 절도를 지키며 정치를 잘해 여러 사람의 신망을 받았다. 그는 특히 남의 잘못에 대해 관대했다. 재주가 있어 젊은 나이에 과거에 장원을 한 그는 빠르게 출세해 일찍이 부재상 자리에 올랐다. 어떤 이가 새파란 젊은이가 부재상이 되었다고 비난한 적이 있었다. 여몽정은 못 들은 척했다. 동료가 그 자의 관등 성명을 밝히려 하자 그는 제지하며 못하게 했다. 여몽정은 동료에게 "그럴 필요 없네. 그자의 이름을 알아버리면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니 차라리 모르는 게 편하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또 범중엄은 국내외 정책에 공을 세운 명재상인데, 그는 젊어서부터 지조가 있어 주위 평판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 늘 말하기를 "선비는 남보다 먼저 천하를 걱정하고 천하의 즐거움은 뒤로 미룬다"며 이를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았다.
계명대 윤리학과 교수 dhl333@k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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