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광장] 정상국가의 위기

입력 2014-07-01 11:06:36

정상국가로 돌아가자

금실 좋은 허니문은 막을 내렸다. 철옹성 같던 지지율은 곧 30%대로 추락할 기세다. 세간의 원성이 들끓는데다 친위 언론은 등을 돌리고 여당 내 친박 대오도 금이 갔다. 그래도 전임자들보다 오래 버티었다. 노무현정부의 지지율은 같은 시기에 20%대로 내려앉았고, 이명박정부는 출범 100일 만에 촛불시위에 넉다운됐다. 그리고 이렇게 고마운 국민이 없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논란이 비등해도 공약을 지키지 않아도 대통령의 원칙과 진정성을 꿋꿋하게 믿었다. 심지어 수백 명의 청춘이 목전에서 수몰되어도 대통령을 지켜달라는 호소에 황금분할의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그런데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보따리 싼 며느리 주저앉히듯이 만인지상의 자리가 유임되었다. 책임총리는 진즉에 물 건너간 지 오래다. 그 사이 안보의 최전선에서는 생때같은 목숨들을 잃었다. 그것도 아군의 총격으로 말이다. 희대의 코미디와 참사극이 연방 벌어져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이쯤 되면 반대자를 탓할 바 없이 비상하게 실책을 복기하고 결자해지해야 한다. 아니면 레임덕을 숙명처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것이 순리 아닌가. 더욱이 정부 실패가 국가위기의 첩경이라는 점에서 이 국면은 엄중하다.

현재의 위기는 궤도를 이탈한 정상국가(normal state)의 위기이다. 모름지기 국가운영의 기본은 정체성과 비전 그리고 시스템과 리더십에 달려 있다. 간명하게 추려보자. 우선 국가 정체성을 위해하는 인사의 등용이 문제의 발단이다.

대한민국의 헌법 이념과 민주화는 극우와 극좌라는 양 극단을 퇴출시켰다. 그런데 보수와 진보, 양 날개라는 미명아래 극우가 공복의 자리에 복권되고 있다. 불완전한 인간의 삶 속에서 쌓인 다소간의 치부는 용인한다 치자. 그럼에도 일본의 극우가 환호하며 준동하는 역설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다음으로 성장일변도의 발전국가 패러다임이 위기의 원인이다. 이 과거지향적 사조와 함께 경제민주화 공약은 폐기되었다. 설상가상으로 규제 완화의 기치를 드는 시점에 세월호 참사도 일어났다. 이어서 국정시스템을 농단하는 막후정치가 적폐의 본령이다. 막후의 실권이 당정청의 권력분립을 마비시키고 인사 파동을 야기했다. 그러나 빗발치는 탄핵 여론에도 막후의 위상은 공고하기 이를 데 없다.

마지막으로 불통의 리더십이 지지 철회의 진원이다. 온갖 미디어가 넘쳐나는 세상이건만 국민과 대통령의 거리는 천리길처럼 멀다. 사정이 이러하니 야당이나 반대층의 존재는 안중에 없을 듯싶다. 그럼에도 중요한 점은 민심은 그곳이 아니라 이곳에 있다는 것이다.

위기의 진단은 이러하다. 그러나 정부는 번지수를 잘못 짚고 있다. 조고각하(照顧脚下)라고 했다. 참선 수좌들이 승방 앞에 가지런히 신발을 벗어놓듯이 자신의 발밑을 먼저 살펴야 한다. 대통령이 연발하고 있는 비정상화의 정상화와 국가개조론은 오도된 명제이다. 정작 정상화하고 개조해야 할 일차 대상은 정부와 정책과 리더십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누군가는 어느 음지에서 충심을 맹약하고 권력의 방패막이가 되겠다는 결기를 세우고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적폐는 바로 그 자리에서 먼저 발본 되어야 한다.

이 땅의 민초들은 파란만장한 곡절에도 위정자들을 믿고 따르면서 정상국가를 만들어왔다. 그들은 전란과 정변 속에 통치자가 수도와 경무대를 버리고 도주할 때에도 자신의 터전을 지켰다. 그래서 가만히 있으라는 세월호 선상의 명령이 더욱 가슴 저리게 오버랩된다.

이제 정부가 책임과 혁신을 실천할 차례이다. 비단 지지율 수치 따위가 문제가 아니다. 묻지 마 지지보다는 차라리 경종을 울리는 반대가 더욱 값진 시점이다. 아직 3년 반 이상이 남았고 신뢰 회복의 여지도 적지 않다.

그러기 위해서는 본말을 명심하라. 민초가 주인이고 위정자는 대리인이다.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정략이 아니라 반대층까지 통합하는 정법을 추구해야 한다. 대통령은 막후를 배격하고 소통의 대로에 합류하라. 정부는 비정상을 혁파하고 스스로를 개조하라. 그리하여 정상국가로 돌아가자. 그것이 국민의 정언명령이고 위정자의 책무이다.

장우영/대가대 교수(정치외교학과)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