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학부모들 사이에 '고등학교 선택이 대학 입시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고 한다. 고교 유형이 다양화되고 학교별 특성도 제각각이어서 대학 진학 방법과 실적이 학교별로 어떤 차이가 나는지 도무지 알기 힘든 학부모들로서는 그만큼 고민이 클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얘기일 것이다.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라면 지금쯤 선택과 결정을 앞두고 마음이 답답할 때다. 당장 내신성적을 받기에 유리한 일반고에 보내느냐, 면학 분위기가 좋고 진학 실적이 우수한 특목고나 자사고에 보내느냐를 두고 고민이 클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3년 후의 결과는 크게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에게 고교 선택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를 물어보면 고교에 대한 정보를 꼽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보다 선행돼야 하는 것은 자녀에 대한 분석이다. 중학교 3년 동안의 학교생활과 성적, 적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학교생활기록부를 보면서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과목을 특히 잘했는지, 동아리 활동에는 얼마나 열심히 참가했는지 등 살펴볼 내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이와 함께 학교생활기록부를 꼼꼼히 짚어 보면서 장점과 단점, 적성과 선호 분야, 학업 성향 등을 분석해야 한다.
학업 성향을 파악할 때는 단순히 문과냐 이과냐를 두고 고민하는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중학교의 획일적인 교육과정만으로는 선택의 범위가 넓은 고교 교육과정 가운데 어떤 부분에서 자신의 학업적 경쟁력을 잘 살릴 수 있을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고교의 대학 진학 실적을 토대로 학교를 선택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불편하게 3년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내 아이의 학업 성향에 맞는 학교를 선택해야만 고교 생활을 알차게 보내 더 나은 진학 실적을 기대할 수 있다.
요즘은 같은 자사고라도 학교가 추구하는 인재상, 학교가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에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 올해부터는 일반고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교육부가 '일반고 역량 강화 사업'을 진행하면서 일반고에도 차이가 생기고 있다. 학교에 따라서는 일반고에서도 특목고나 자사고에서 이루어지는 교육과정을 일부 도입해 학생들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 일반고라고 해서 어디든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고교 선택은 대학 선택과는 다른 측면에서 따져볼 부분이 적지 않다. 특히 학생들은 아직 성인이 아니므로 기숙사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학교 내 환경과 주변 여건은 어떤지 등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고교는 단순히 대학 진학을 위해 거쳐가는 과정이 아니다. 성장기 청소년들이 꿈을 키우고 끼를 발산하면서 자신의 진로를 설계하고 선택하는 과정이다. 가장 좋은 고교는 무엇보다 내 아이에게 잘 맞는 학교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김기영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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