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는 여덟 살이고 3대째 헤로인 중독자다….' 1980년 9월 28일 자 워싱턴포스트 1면 기사 '지미의 세계'(Jimmy's World)는 이렇게 시작했다. 마약에 찌든 여덟 살 소년의 일상을 현장 중계하듯 생생하게 쓴 이 기사는 당시 미국 사회를 발칵 뒤집었다. 26세 여기자 제인 쿠크는 이듬해 언론계 최고 권위인 퓰리처상을 받았지만, 수상자 발표 바로 다음 날, 이 기사는 완전히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1989년 4월 20일 일본 아사히신문은 1면에 'KY'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진 오키나와 산호초 군락 사진을 실었다. 무분별한 환경 파괴 현장을 그대로 드러낸 이 사진은 큰 사회적 반향을 불렀지만, 매일 이곳을 드나들던 오키나와 주민들은 사진 기자가 다녀간 뒤 산호 군락이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결국 KY라는 글자를 새긴 범인은 사진 기자로 밝혀졌다. 이 두 사건은 언론사가 스스로 위상을 훼손한 대표적 사례이자, 어떤 경우에도 거짓 사실이나 조작한 기사는 절대 보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할 때 드는 언론계의 금과옥조이다.
최근 오말리 맘이라는 캄보디아 여성에 의해 유명 언론사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10대 때 사창가에 팔려 가 겪은 내용을 그린 자서전 '다시 찾은 꽃목걸이'(The Road of Lost Innocence)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면서 그녀가 이사장인 성매매 피해 여성 지원 재단은 기업과 유명 스타로부터 연간 수백만 달러의 지원을 받았다. CNN은 그녀를 '영웅'이라 불렀고, 타임은 2009년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했다. 그녀는 뉴욕타임스의 한 칼럼니스트로부터 '사창가에서 다시 태어난 영웅'이라고 칭송받고, 많은 나라에서 수십 개의 굵직한 상을 받았다.
그러나 5월 말 뉴스위크의 추적보도에 따르면 자서전의 내용은 대부분 조작됐으며, 그녀는 평범한 10대 시절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기부금을 끌어들이려고 구호 여성에게 거짓 인터뷰를 강요하기도 했다. 그녀의 친구와 지인은 오래전부터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오말리 맘의 '조작된 삶'은 본인과 기본적인 팩트도 확인하지 않은 언론이 함께 조작한 것과 같다. "언론은 이색적인 폭력, 섹스가 가득한 이야깃거리와 함께 성매매 어린이를 구하는 아름다운 영웅을 원했다"고 한 그녀의 전 남편의 지적은 그래서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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