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뇌와 폭력적인 게임

입력 2014-06-03 07:35:25

게임이라고 다 나쁜 것은 아니다. 건전한 게임도 있다. 하지만 폭력적인 게임을 지나치게 많이 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행동이 뇌에 고스란히 인식되고 저장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신경생리학자인 리졸라티와 연구팀은 원숭이 뇌의 전운동영역이라고 불리는 곳에 전극을 연결해서 원숭이가 음식에 손을 뻗는 행동을 할 때 세포의 반응을 측정하였다. 그랬더니 특정 뉴런이 원숭이가 직접 음식을 집어 올릴 때뿐만 아니라 타인이 음식을 집어 올리는 것을 볼 때도 반응하였다. 이렇게 반응하는 세포는 행동의 이해, 모방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거울 세포라고 불린다. fMRI와 같은 뇌영상 촬영을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원숭이에게만 이러한 거울 세포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도 존재한다고 한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모방을 통해 배운다. 주변 사람들이 말하는 입 모양을 보면서 언어를 배우고 웃고 울고 화내는 행동을 보면서 감정을 느낀다. 이때 타인의 행동을 관찰, 인식하는 거울 세포가 반응하고 뇌의 언어와 감정 등을 담당하는 영역과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세포들끼리 정보를 주고받는다. 거울 세포 시스템은 사회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자신에 대한 인식에도 반응하고 타인의 행동 이해에도 반응한다는 사실은 사회성, 공감능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또한 골프를 잘 치고 싶은 사람은 훌륭한 골프 선수의 폼을 열심히 보면서 연습한다. 스포츠 수행 능력을 높이기 위해 잘하는 사람의 동작을 유심히 살피면 거울 세포가 발화하면서 운동 학습이 촉진될 수 있다. 거울 세포는 자신이 직접 행동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이 행하는 동작을 보는 것으로 발화하기 때문이다.

이제 게임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폭력적인 게임을 너무 많이 하다 보면 거울 세포가 폭력적인 동작과 자극적인 행동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데 과도하게 반응하게 된다. 뇌에서는 이러한 장면들이 기억 시스템에 고스란히 저장이 된다. 또한 게임에서 폭력적인 행위들이 지속적으로 반복되기 때문에 폭력성에 대한 학습의 효과는 더 커진다. 한창 사회성이 발달하고 자아가 발달해야 하는 시기에 게임에 몰입해 있는 시간이 길면 게임 안의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가 혼돈되기도 한다. 또한 게임에 빠져 있는 아이들일수록 현실에서 삶의 동기를 찾지 못하고 방황할 가능성이 높다. 혹시 게임 중독인 아이들이 주변에 있다면 주변 사람들이 게임 외에 삶의 동기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동기화가 부족할 때는 스스로 빠져나오는 힘도 약하다. 질타보다는 격려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사회생활을 활발히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윤은영 한국뇌기능개발센터(구 한국뇌신경훈련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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