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지 표밭, 훑어본 표심] 청도군수 선거 '돈 선거' 오명 떨칠까

입력 2014-06-02 10:46:58

새누리 텃밭? 예사롭지 않은 무소속

이승율 새누리당 청도군수 후보는
이승율 새누리당 청도군수 후보는 "사람과 돈이 모여 살맛 나는 민생 청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하수 무소속 후보는 "금천면에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등 청도 구석구석을 희망으로 채우겠다"고 말했다. 서상현 기자

지난달 30일 오후 2시, 신대구부산고속도로를 타고 들어선 청도. 승용차 계기판의 온도가 38℃를 가리켰다. 더위를 피한 듯 거리에 주민은 없었다. 삼거리, 네거리마다 걸린 현수막이 선거철임을 알렸다.

화양읍내에서 풍각면 사람이라는 박모 씨를 만났다. "지역의 군수 후보 이야기를 다 듣고 있다. 드러나지 않은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모두 관심을 갖고 있지만 묻지는 않는다"고 분위기를 전해줬다. 그는 "새누리당 후보가 되어야 최(경환) 의원과 함께 지역발전을 가져온다는 쪽도 있는데, 무소속이 되면 똑소리 나게 일하지 않겠느냐는 말도 있다"고 했다.

청도(淸道)는 선거에서만큼은 탁도(濁道)란 오명에서 자유롭지 않다. 2007년 청도군수 재선거에선 선거 사상 최악의 돈선거가 펼쳐져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52명이 구속됐고, 1천418명이 입건된 바 있다.

청도삼거리에 사무실을 둔 김하수 무소속 군수 후보부터 만났다. 2005년 보궐선거에선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했다 중도사퇴했던 그는 2006년 지방선거, 2007'2008년 보선 청도군수에 이어 이번까지, 군수 4수(修)생이다. "군수직은 오로지 중앙예산을 받아오는 데만 쓰겠다. 첫 출마 때 마흔다섯이었는데 지금은 쉰여덟이다. 딱 좋은 나이"라고 출마의 변을 밝힌 그는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지낸 최경환 국회의원이 '외압선거'를 펼치고 있다고 했다.

"29일 장날 유세를 함께하더니 오늘은 민주평통 회원들을 초청했다. 지역순방이라며 읍'면 단위를 다 돌았다. 중앙당 공동선대위원장이라는 분이 청도군수전(戰)에 집중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불굴의 의지로 승리할 것이다."

새누리당 이승율 후보에게 매일신문을 통해 꼭 묻고 싶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TV토론회를 무산시킨 이유가 무엇인지, 그것은 군민의 알 권리를 무시한 것이며 그만큼 자신이 능력과 전문성이 없다는 것을 인정한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농협조합장 재임기간에 선물을 돌려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것도 해명하라."

한 시간 뒤, 이승율 새누리당 후보는 "각북면을 다녀오느라 늦었다"고 말했다. 군수 도전은 처음이지만 재선 농협조합장 출신에다 중간에 청도군의원 선거까지 승률이 좋았다. TV토론회에 참여하지 않은 연유부터 물었다.

"자신이 없어서가 아니다. 방송연설이 있으니까 충분히 군민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봤다. 군의원, 조합장 시절 업무능력은 검증됐다고 생각한다. 김 후보의 성격을 잘 안다. 아주 공격적일 텐데 TV토론은 답변 시간이 짧다. 우리 둘이 다투는 모습을 지켜보는 군민의 마음을 헤아려봤을 뿐이다."

선거법 위반 경위에 대해 이 후보는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했다.

청도군민은 선거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쉬이 답하지 않았다. "어데서 나왔는교"라며 손사래를 쳤고, 고개를 돌렸다. 그나마 어렵게 들었던 말들도 이런 식이다. "새누리당 후보가 기본적으로 프리미엄이 있지 않겠나."(청도읍 이모 씨) "무소속 공기(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우리 군에는 변화가 필요하다."(청도읍 정모 씨)

29일 장날 청도시장삼거리 유세에서 최경환 의원은 "세월호 참사에 비통해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을 닦아달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권력도 돈도 없다. 청도군민을 섬기는 군수가 되겠다. 제 아내도 지난 수해 때 피해지역 다 돌았다"고 읍소했다.

새누리당 대 무소속의 한판 대결이지만, 두 후보가 '의형제'로까지 회자되며 돈독한 사이였다는 것은 군민들이 다 안다고 했다. 김 후보가 첫 군수도전 때 제일 먼저 상의한 사람이 이 후보였다. 김 후보는 "인간적으로 가깝다. 정말 좋은 형님이다"고 했고, 이 후보는 "학교 선후배 관계 이상이다. 선거가 끝나면 상처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2읍 7개 면인 청도는 한때 인구가 12만 명이었으나 지금은 4만4천명, 유권자는 3만9천 명일 정도로 고령화됐다.

청도 노진규 기자 jgroh@msnet.co.kr

서상현 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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