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가 영국에서 '자본론' 집필에 몰두하고 있을 무렵 자본주의는 초기의 참상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었다. 1833년 공장법 등 노동자 보호를 위한 법률이 제정돼 '살인적'이었던 노동자의 작업환경은 개선되고 있었다. 이런 변화는 그가 이미 내린 결론-자본주의란 본질적으로 구제불능이고, 부르주아지 국가는 자본주의의 공범으로서 노동자에게 고난을 강요한다-을 뒷받침하지 않았다.
이런 난국 앞에서 마르크스가 택한 방법은 사실들의 취사선택이었다. 자본주의의 해악을 입증하기 위해 요업, 대장간, 제빵, 성냥제조, 벽지제조 등 전 자본주의적 단계에 있는 소규모의 비능률적인 산업을 자본주의의 전형적 산업으로 선택했다. 또 자신의 주장과 배치되는 최신 자료들은 버리고 오래된 자료를 사용했다.
이는 그가 당시로서는 첨단산업인 철도산업을 다룬 방식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철도산업이 많은 인명피해를 낳는다는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케케묵은 철도사고 기사를 인용했다. 그의 주장이 진실이라면 철도 사고율은 늘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였다. '자본론'이 출판될 무렵 철도는 역사상 가장 안전한 대량수송 방식이 돼 있었다.(지식인의 두 얼굴' 폴 존슨)
이러한 부정직에 대해 독일 철학자 칼 야스퍼스는 이렇게 질타했다. "그는 자신의 이론과 배치되는 사례나 사실은 인용하지 않고, 그가 궁극적 진리로 간주하는 것을 지지하거나 확증하는 사실만 끌어댄다. 그의 접근 방식은 해명을 위한 것이지 연구를 위한 것이 아니다. 그 해명이라는 것도 과학자의 확신이 아닌 종교적 신봉자의 확신에 의해 완벽한 진리라고 선언된 것을 해명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도 같은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자산의 이익률이 경제 성장률을 능가하면서 구조적 불평등이 장기적으로 심화되고 있다는 그의 결론이 계산 오류와 원자료의 의도적 재구성의 결과라고 했다. 이에 대해 피케티는 '수치 가공'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그래도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IT 업계에서 금과옥조로 여기는 말이 생각난다.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garbage in, garbage out)"
정경훈 논설위원 jghun31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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