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전문가 25명 대구도시철도 10개 역 점검

입력 2014-05-26 10:50:40

비상로 좁고 스프링클러 없고…'10년 전 그대로'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은 상인동 지하철 폭발사고 19주기를 맞아 24, 25일 양일간 자체 안전전문가를 구성해 지하철 안전관리 실태 특별점검을 실시했다. 24일 오후 상인역에서 특별점검단이 인명구조장비의 하나인 공기흡입기 작동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은 상인동 지하철 폭발사고 19주기를 맞아 24, 25일 양일간 자체 안전전문가를 구성해 지하철 안전관리 실태 특별점검을 실시했다. 24일 오후 상인역에서 특별점검단이 인명구조장비의 하나인 공기흡입기 작동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대구도시철도 역사들이 화재나 비상시 안전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이하 대구안실련)이 안전 긴급점검을 시행한 결과, 비상 피난통로나 소방시설 등이 기준에 맞지 않거나 제 역할을 못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24일 오후 1시 대구도시철도 1호선 대곡역. 대구안실련의 안전전문가 25명이 대곡역사 여기저기를 누볐다. 이들 중 몇 명은 승강장으로 내려가 승강장 양끝에 있는 비상 피난통로부터 살폈다. 비상 피난통로로 진입하려면 좁은 사다리를 이용하게끔 되어 있었다. 한 안전전문가는 "이 정도면 비상 대피로의 기능을 못할 뿐 아니라 대피로에 승객이 몰리면 더 위험할 수 있다"며 "심지어 통로에는 유도등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대구도시철도공사 직원은 "1호선 역은 조성 당시에는 규정에 따라 지어졌지만 오래되다 보니 현재 규정과는 차이가 크다"고 해명했다.

◆물탱크실 펌프 압력 규정 미달

대구안실련은 24, 25일 대구도시철도 안전관리 실태 특별점검을 했다. 세월호 침몰 참사와 서울 지하철 2호선 추돌사고 등 안전불감증에 의한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기 때문이다. 대구안실련이 자체 안전전문가를 구성해 도시철도 전체 59개 역 중 10개 역(반월당역은 1, 2호선 두 곳)에서 안전점검을 했다.

이번 점검에서 소방시설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무엇보다 소방설비 시공이 법적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상인역의 경우 자동소화설비를 위한 물탱크실에는 펌프 압력이 규정 미달이었고, 물탱크실 습식장치 밸브 하나가 오작동해 겨울이었다면 동파 우려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화재 진압을 위한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점도 지적 사항이다.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당시 방화범이 저지른 불은 순식간에 번졌지만, 초기 진화는 미흡했다. 승강장에 물을 뿌려줄 스프링클러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1호선 상인역 전기실을 둘러본 한 소방전문가는 "전기실에 있는 UPS 배터리반에 격벽을 설치하게 돼 있지만 그렇지 못했다"며 "심지어 배터리가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며 나오는 수소 가스를 배출할 장비도 없어 폭발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전기실에서 폭발이 일어나면 역사 전체가 마비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열차 내 소화기 점검 허술

열차 안 비치된 소화기 점검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소화기 점검은 매월 시행된다. 하지만, 열차에 비치된 소화기는 소방장비가 아니라 열차 부속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3개월에 한 번 차량 점검을 할 때 같이 점검하고 있었다. 역사 내 소화기와 전동차 내 소화기의 점검 기준이 일관성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대구안실련 정준오 운영위원은 "2004년에도 점검이 있어 방재 전문가로 참가했었는데 당시에도 소방분야는 10개 중 9개가 불량이었을 정도로 엉망이었다"며 "10년이 지났는데도 지하철 관련 큰 사고를 겪은 도시답지 않게 여전히 소방설비나 시스템에 문제가 많다"고 했다.

이 외에도 도시철도공사 직원들의 비상시 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점도 지적했다. 대구안실련 김중진 사무총장은 "이러한 상황은 대부분 지하철 역이 시설을 위탁관리하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위탁관리가 어느 정도 책임감을 느끼고 이뤄질지 의문이다"고 했다.

대구도시철도공사 안전방재부 이장근 차장은 "자체 점검 때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친 부분을 시민들의 입장에서 지적해줘서 앞으로 안전관리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며 "이번에 지적된 사항들을 다음 정밀점검 때 점검 분야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점검에서 기계'전기 시스템 부문은 육안 점검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기계'전기 시스템 점검 책임을 맡은 이락 시민안전신고감시센터장은 "대부분 기계'전기 시스템은 장비 운용을 멈추고 점검해야 하는데 도시철도 이용객에 불편을 줄 우려가 있어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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