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행복편지] 말을 제대로 하자

입력 2014-05-13 11:13:32

우리는 가끔 알아서 생각해 주기를 바란다. 아주 예전처럼 소단위 생활일 때에 가능했지만, 요즈음은 아니다. 아무리 정보통신이 발달했다 하더라도 아무리 상식화됐다 하더라도 말을 않고 알아달라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특히나 우리네 생활 습관이 단어의 정확한 뜻 또는 둘러서 말하는 습관 등으로 말미암아 더더욱 오해를 만들게 하는 경우가 많다. 알아서 해 주는 것이나 그 정도는 이해하리라 생각하는 것은 포인트를 벗어나기 일쑤다.

예를 들어 말은 하지 않고 속으로 나도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은 자기만의 생각일 뿐이다. 오히려 나도 같은 생각이라고 동감을 표시하는 것이 오히려 바른 생각이 아닐는지?

우리말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과학적이고 표현을 다양하게 할 수 있는 언어라고 한다. 그렇지만, 이는 뜻을 애매하게 하라는 것은 아닐 터이다. 흔히 입으로 말하지 말고 가슴으로 말하라는 이야기도 있다. 어찌 보면 이 말 자체도 어폐가 있을 수도 있다. 본래의 뜻은 맞는 말이지만 오히려 입으로 하는 말과 가슴으로 하는 말이 같아야 하는 게 정상이 아닐까? 소위 빈말을 자주 쓰면 신뢰를 잃지 않을까?

미국과 독일에서 철저히 느낀 것은 그네들은 애매한 표현을 거의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화할게 하면 반드시 전화한다. 언제 식사 한번 하자 하면 반드시 식사를 한다. 말뜻대로 이해하면 거의 틀림이 없다. 우리는 어떤가. 듣는 사람에 따라서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면 이건 좀 곤란하지 않은가? 뜻이 애매하게 이해되면 말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특히 우리 자체도 문제지만 영어권처럼 알파벳을 쓰는 문화권과는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어릴 때부터 그 나라 언어에 정통하면 모를까 아무래도 우리 언어 습관이 묻어 있는 한국식 영어로 대화하지 않겠는가?

예를 들어 영어로 쓴 계약은 비교적 내용이 명료하다. 우리는 해석이 분분한 것을 자주 보지 않는가. 우리는 정도가 심하다는 말이다. 할 수 있다고 표현되면 가능한 한 해야 하는 것으로 해석해야만 한다. 결론이 반드시 하라는 뜻이 아니므로 안 해도 된다고 해석이 된다면 그런 말은 쓰지 않을수록 좋은 게 아닐는지? 다들 왜 그러는지? 이 말은 나는 안 그런데 남들(모두)은 그렇다는 뜻일 텐데. 이는 나는 괜찮은데 자기 아닌 다른 사람은 왜 그러지라고 생각하게 된다. 오히려 반대로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내가 미국에 살 때 미국 조지아 공대 총격사건이 나고 나서 미국 사회의 반응은 정말 의외였다. 우선 범인이 한국 출신이라는 데 우리는 무척 미안해한 반면, 정작 미국 사람들은 미국 사회에서 자랐는데 왜 한국 사람들이 저럴까? 하거나 부모가 행방불명 또는 자살 소문이 돌자 세상에 어느 부모가 그 정도 자란 아이를 통제할 수 있는 부모가 있단 말인가? 하며 의아해 하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미국 FBI는 도대체 뭘 했느냐는 식이다. 살인자 부모의 보호를 어떻게 했기에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미 FBI가 완벽하게 보호하고 있었다고 한다. 자살 운운한 출처는 한국 신문이었다고 한다. 거기에 더해 부모의 사생활까지 보도되었다는 소리에 미국인은 어안이 벙벙해했다. 이쯤 되면 언어의 공해가 아닐는지. 문화의 차이로 변명해야 할까?

중국의 광동어와 북경어가 글자는 같지만, 발음이 틀려서 통역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나라야 워낙 넓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우리가 통역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말과 실제가 다르고 다시 명확히 부연 설명을 해야 참말로 이해되는 경우가 허다하지 않은가? 필요할 때는 하지 않다가 남의 일이 되면 말이 많은 것이 문제다. 이런 상황을 대할 때 너무 말의 낭비가 심한 것은 아닌지? 돈은 안 들지 모르지만, 신뢰 쌓기는 어렵지 않을까?

말을 하려면 제대로 하자. 글도 꼭 같이 제대로 하자. 소위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상식선에서 판단하여서 해야 한다는 뜻이다. 거창한 알 권리 등을 강조만 하지 말고 들어보면 일리가 있다고 고개가 끄덕거려지는 수준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송인섭/전 대구테크노파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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