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는 파이낸셜타임스 논설에서 '중국경제는 점보제트기와 같아서 성장 속도를 늦추는 과정에서 자칫 추락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울프가 중국 경제를 점보제트기에 비유한 것은 '덩치' 때문이다. 활주로에 육중한 동체를 연착륙시키기 위해서는 고도를 낮추면서 동시에 동체 평형상태를 위해 일정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체가 실속 속도(stall speed) 이하로 떨어질 경우 사고로 연결되기 십상이다. 조종사의 숙련도, 관제탑의 정밀한 유도, 기체상태, 기상 등 모든 요인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어야 하지만 이 중 한 가지만 문제가 생겨도 사고 위험이 급격히 커진다.
지난 2, 3년간 중국 경제의 성장이 둔화되고 그림자 금융(제2, 3금융권 대출)에 대한 불안이 부각되면서 중국의 경착륙 우려가 끊임없이 대두하고 있다.
북경대학의 마이클 페티스 교수도 '추락 피하기'(Avoiding the Fall)라는 저서에서 중국 경제가 불균형 성장에 따른 한계에 부딪혀 투자 주도형에서 소비 주도형 성장으로 전환하지 못하면 경착륙을 모면하더라도 앞으로 10년간 3~4%대로 성장세 급락이 불가피하다고 역설했다. 이처럼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의 배경을 들여다보면 크게 세 가지 요인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첫째, 금융부문의 리스크다. 이는 단기적으로 중국정부의 최대 부담 요인이며 위기의 잠재적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둘째, 인구 둔화 및 고령화로 인한 '잉여노동력'의 고갈이다.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루이스 전환점'이라고 부르며, 중국이 이미 이 전환점에 도달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노동생산성을 초과하는 임금 상승세와 저임 노동력의 고갈로 '중진국 함정'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마지막 요인은 과잉투자와 부진한 민간소비다. 이로 인해 철강, 시멘트 등 주요 산업이 공급 과잉에 봉착해 있고 자본생산성도 떨어지고 있다. 고정투자의 GDP 비중은 거의 50%에 육박해 30%를 밑도는 한국과 그보다 낮은 선진국과는 큰 대조를 이룬다.
세 가지 요인 중 금융부문의 리스크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기는 하나 다수 학자들이 중국 정부에 의해 통제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중국 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장을 역임한 위용딩은 중국의 GDP 대비 부채비율은 높은 편이지만 대만, 싱가포르, 한국 등 성공적인 국가들의 과거와 유사할 뿐 아니라 중국 저축률이 훨씬 높으므로 높은 부채비율이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고 주장한다. 부동산 거품 또한 터진다고 하더라도 은행자산 중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20%에 불과해 은행이 도산할 염려는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요인에 대해서는 시진핑 정부의 개혁 청사진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노동력 부족 문제에 대해서는 '한 자녀 정책'으로 대표되는 인구 억제정책을 대폭 완화하고 호적제도 개혁을 통해 농민공(농촌 출신 도시 노동자)의 지위와 소득을 확보해 주는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여기에 지속적인 도시화 추진으로 농촌 인구의 도시 유입을 통해 잉여 노동력을 확보하고 '도농 일체화'로 불균형을 해소한다는 복안이다.
과잉투자에 대해서는 중국 정부가 2020년까지 고정투자 비중을 40% 이하로 낮추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부진한 민간소비는 토지개혁을 통해 농민의 부를 확보하는 동시에 수출의존도를 낮추고 내수를 진작함으로써 2020년까지 그 비중을 10%포인트 이상 끌어올리겠다고 천명했다. 중국경제의 순항 여부는 2023년까지 중국을 이끌 시진핑 정부의 개혁 실행의지와 능력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기적인 경착륙 가능성은 작아 보이지만 중장기적인 리스크 요인들을 축소하려는 시진핑 체제의 전방위적인 개혁 드라이브는 사회'경제적 불안을 고조시킬 수 있다. 그리고 만약 시진핑 정부가 전례 없는 개혁의 과정에서 간과할 수 없는 실수 또는 정책 실기를 할 경우, 중국이라는 점보제트기는 적정한 고도와 속도를 이탈해 아시아권을 향해 경착륙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것이 바로 우리 기업들이 항상 중국을 모니터링하고 긴장을 늦추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고준형/포스코경영연구소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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