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관피아' 척결 없이는 국가의 미래도 없다

입력 2014-04-28 11:24:34

두 눈 멀거니 뜨고 수백 명의 아이를 수장(水葬)시켰다. 오대양 사건과 한강유람선 사고의 전력이 있는 세월호의 실제 오너 일가가 그들만의 왕국을 재건하고 수천억 원대의 재산가로 부흥하도록 방조했다. 이것이 선진국을 지향한다는 오늘 우리 한국 사회의 서글픈 현주소이다. 국격(國格)을 일거에 침몰시킨 세월호 참사가 인재(人災)이자 관재(官災)인 배경이기도하다.

선박과 선사 운영에서 각 부처의 감시, 감독 기능은 물론 사고 후 재난 구조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총체적 부실과 국가적인 무능을 드러낸 세월호 침몰 참사의 저변에는 해피아(해양수산부+마피아)가 있었다. 승객 구조를 외면한 선장과 선원들의 비윤리성도 문제이지만, 안전관리의 감독 책임을 내팽개친 정부 관료의 무사안일성에 더 근본적인 원인이 있었던 것이다.

'해피아'의 무책임과 도덕적 해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우리 사회의 수면 아래에는 온갖 '관료 하나회'가 거대한 암 덩어리를 이루고 있다. 재직 때 숱한 인허가와 규제의 권한을 가지고 행세를 하다가, 퇴직 후 고액의 연봉을 받으며 관련 업계에 재취업을 하는 그들만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그들은 외부의 이해관계자와 고객집단까지 포괄하는 광범위한 정서적 공동체를 이루며 속칭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우리 사회를 병들게 했다.

관료사회 즉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에 대한 여론이 비등한 이유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지 못하는 정부와 국민의 불신을 받는 관료 조직은 존재의 가치가 없다. 그러나 '관피아'는 결코 만만하지 않다. 역대정권의 잇단 개혁 의지에도 '정권은 짧고 관료는 영원하다'며 철밥통 복지부동의 배짱으로 맞서왔다. 오죽하면 비밀 범죄조직을 일컫는 '마피아'라는 말을 붙였을까.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 비극적인 사고에 따른 국민적 슬픔과 분노는 혁명적 상황에 버금간다. 정홍원 국무총리의 사퇴가 관료사회의 총체적 난맥상을 혁신하고 국가를 전반적으로 개조하는 신호탄이 되어야 한다. 오늘 이 통한의 국민정서를 관료사회 개혁과 국가 재건의 전기로 삼아야 한다. '관피아'의 척결 없이는 건강한 사회도 선진국도 없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