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 내 마음도 터치될까…기자가 직접 해본 '소개팅 앱'

입력 2014-04-26 08:00:00

"어떤 사람이야?" 주선자로부터 소개받는 소개팅은 흔히 이런 물음에서 시작한다. 놀랍게도 이 한 문장 안에는 수십 개의 질문이 숨어 있다. '나이는 몇 살인지' '성격은 어떤지'라는 기초적인 질문에서부터 '생긴 건 어때?' '직업은? 연봉은?'이라는 조금은 묻기 껄끄러운 질문들까지 말이다. 사람을 만나는 데 있어 '조건'이 궁금한 건 당연하지만 묻기 쉬운 일은 아니다. 상대방에 관한 모든 질문을 뻔뻔하게 물을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당연히 'No'. 몸속의 연애세포가 하나 둘 잠에서 깨어나는 따뜻한 봄날, 조금은 특별한 소개팅을 시도해 본 계기라 할 수 있다. 말로만 듣던 '소개팅 앱'을 체험해 보았다.

◆낯설지만 설레는 시작

소개팅 앱이란

소개팅 앱이란, 말 그대로 스마트폰을 이용해 소개팅할 수 있도록 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의미한다. 애플리케이션에 등록된 내 프로필을 보고 마음에 들어 하는 이성이 관심을 보일 수도 있고, 반대로 내가 상대방의 프로필을 보고 관심을 표현해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한 마디로 주선자 없이, 앱을 이용해 스스로 만나고 싶은 이성을 찾을 수 있는 '셀프 소개팅'의 개념이다.

소개팅 앱의 원리

방식은 간단하다. 프로필을 저장하고 내가 가는 위치마다 영역 표시(?)를 하면 주변에 있었던 이성을 나에게 소개해주는 식이다. 프로필을 보고 마음에 들면 '하트'를 보내 관심을 표현하기도 하고 또 상대방이 내 프로필이 마음에 들면 먼저 '하트'를 보내기도 한다. 그리하여 서로 하트를 보냈을 경우 대화방이 열리고 상대방과 대화를 진행하면 된다. 내가 관심을 보인 상대방이 나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크게 상처받을 필요 없다. 또 다른 인연을 찾아 주변의 다른 이성의 프로필을 열어보면 되기 때문이다.

어떤 앱 이용했나

내가 만나고픈 사람을 적극적으로 찾을 수 있고,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솔직하게 어필할 수도 있는 소개팅 앱. 그야말로 내숭이 하나도 없는 솔직한 소개팅이 되리라! 한껏 부푼 기대를 안고 소개팅 앱을 찾아 나섰다.

앱 스토어에서 '소개팅'이라는 키워드를 입력하자 뜻밖의 상황이 발생했다. 소개팅 관련 앱이 약 120개가 넘게 검색된 것이다.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다. 기대감을 한껏 높여주는 앱 제목, 제목과 사진들에서부터 이미 불건전한 의도가 엿보이는 앱까지. 아무 앱이나 사용할 수 없을 것 같아 인터넷 후기를 검색해 보았다. 소개팅 앱 전문가를 자칭하는 주변 친구의 도움까지 얻어가며 선택한 앱은 '옷깃'이라는 앱이었다.

◆준비~ 시작!

1단계-프로필 등록하기

앱을 다운받고 열자마자 프로필 등록을 시작했다. 전화번호나 페이스북 계정 중 하나로 나를 인증하고 개인정보취급방침에 동의하면 프로필 등록 시작. 먼저 닉네임을 설정하고 생년월일, 직업, 성별 등 기본 인적사항을 등록한다. 직업, 나이 등을 거짓으로 쓸 수 있지 않느냐고? 나 또한 '조금 다르게 적어볼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어차피 나중에 직접 만나게 되면 다 들통날 일이다. 단순 대화만 원한다면 상관없지만, 진지하게 만남을 원한다면 성실하게 답하는 편이 좋다.

2단계-원하는 상대 고르기

다음은 앱에서 찾고 싶은 상대를 입력하는 순서다. 동네 친구, 연애 상대, 단순 대화 상대 중 선택할 수 있다. 아무 망설임 없이 '연애 상대'에 체크를 하자 그동안 나의 연애 경험 횟수를 입력하라고 했다. 어느 하나라도 누락하면 다음 단계로 진행되지 않으니 성실하게 답해야 한다.

3단계-내 사진 올리기

사진 입력도 필수 코스. 상대방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정보이기 때문에 나의 얼굴이 잘 나온 사진으로, 또 매력이 잘 표현된 사진을 골라야 한다. '연예인 사진으로 올려볼까?' 하는 유혹이 들기도 했지만,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나 보다. 사진입력 코너의 한구석에는 "연예인/만화/풍경/동물사진을 올리면 애플리케이션 작동이 멈춥니다"라는 경고문이 있었다.

4단계-'난 이런 사람' 취향 알리기

이 앱은 기본 정보만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도록 하는 보완 장치를 마련해두기도 했다. '데일리 퀘스천'(Daily Question)이 그것인데 하루에 하나씩 뜨는 질문에 답을 하면 자연스럽게 나의 취향이 드러나게 돼 있다. 예를 들면 "밥 먹고 나서 어떤 디저트를 좋아하시나요?"라는 물음에 케이크, 음료, 초콜릿, 아이스크림 중 하나를 선택하면 똑같은 답을 한 이성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식이다. 생각보다 치밀한 애플리케이션이다. 소개팅에 나가 '뭘 먹지?' '밥을 먹은 다음에는 뭘 해야 할까?'라는 머리 아픈 고민을 했던 기억을 떠올리니, 이미 나와 취향이 비슷한 사람과 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어떤 사람일까' 본격적인 만남

프로필 등록 후 5분이 지나자 누군가가 나에게 '하트'를 보냈다. 주변에 있는 한 이성이 나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 예상했던 것보다 기분이 5배는 더 설레었다. '어떻게 생긴 사람일까?' '몇 살일까?' '왜 나에게 관심을 보인 거지?' 머릿속을 가득 채운 질문들을 안고 상대방의 프로필을 열어 보았다. 기대감은 순식간에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상대방의 프로필에 드러난 모습이 내 취향과는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첫술에 배부르랴. 조금 더 기다려보자. 5분, 10분 간격으로 하트가 날아왔다. 어느새 받은 하트는 50개를 돌파했지만 안타깝게도 받은 하트에 답하고픈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실망하기는 이르다고 판단, 이번에는 내가 직접 하트를 보내보기로 했다. 주변에 있는 사람 중 나와 잘 통할 것 같은 사람을 찾아 세 명에게 하트를 보냈다. 내가 먼저 하트를 보내니 또 다른 두근거림이 있었다. '혹시나 답이 오지 않으면 어쩌나…'하는 불안감이 컸다. 다행스럽게도 세 명 모두에게 답변이 돌아왔고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어색한 순간은 잠시, 얼굴을 마주해야 하는 '진짜 소개팅'보다는 훨씬 덜 민망하고 편안한 분위기였다. 한 사람과는 '여행'이라는 공통 관심사로 대화하며 가까워지기도 했다.

◆실제 해보고 나니…조심해야 할 것들

주선자의 눈치가 보여서 이것저것 물어보지 못했던 사람, 혹은 주선자의 얼굴이 신경 쓰여 싫어도 좋은 척해야 했던 짜증스러운 기억이 있는 사람은 한 번쯤 시도해볼 만한 소개팅이다. 좋으면 이야기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대화를 그만 하면 된다. 그러나 부작용도 있다. 이처럼 가볍게 생각하다 보면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생기지 않는다거나 나 자신도 상대방을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나 역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 순간 지루한 시점이 발생했고 하루 이상 답장을 미룬 적도 있었다. 물론 하루 뒤에 답을 했을 때는 이미 늦은 때였고 돌아오는 답장은 없었다. 사람을 만나는 데 있어서 적당한 책임감은 필요한 법인데 소개팅 앱은 인연을 가볍게 생각하도록 하기 쉽다. 서로서로 가볍게 여긴다고 깨닫는 순간, 소개팅 앱의 매력은 반감된다. '과연 이렇게 내 짝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의심도 든다.

마지막으로 소개팅 앱을 사용하려는 사람들에게는 한 가지 유의할 사항을 이야기하고 싶다. 소개팅 앱을 이용해 불건전한 의도를 갖고 접근하는 이성도 상당수 있다는 점이다. 짧은 대화를 나눠보고 만남을 갖지 않을 것을 권한다. 충분히 대화를 나눠보고,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 상대방을 알아본 뒤 밝은 대낮에, 사람 많은 곳에서 만날 것을 추천한다. 또 주변에 조언을 많이 구하고 검증된 건전한 애플리케이션을 검색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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