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한복판서 만나는 '익숙한 자연'
▷도시성
단독주택을 이탈리아 레스토랑으로 리노베이션한 '라 벨라 쿠치나'는 건축적 인공성과 자연성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현대인은 도시적 인간으로서의 삶을 강요받는다. 도시인의 삶은 인공적 환경과 합리적 사회구조의 질서 속에서 유지되지만 한편 심미적 불안과 소외는 도시적 제약을 벗어나려는 몸부림을 낳는다.
이러한 이율배반적인 현대의 모습은 도시에서 드러난다. 도시의 획일화된 건축적 환경 속에서 '라 벨라 쿠치나'는 절제된 단순성과 다소 냉소적인 엄격함으로 현대성을 말하고. 현대인의 상실된 인간성의 회복을 위한 도심 속의 여유를 꿈꾼다.
▷재료
외부의 쪽널치장 노출 콘크리트, 부식강판, 바위, 내부의 벽돌, 화산석 그리고 타일, 모두가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어색함이 없다. 박공지붕과 붉은 벽돌이 가지는 구법상의 편안함과 목제가구의 친숙함이 고전으로 흐르지 않고 절제된 현대적 이미지로 남는다.
▷외부공간
대구의 한 주택가, 옆집과 같은 가로와의 단절을 야기하는 담장은 사라지고, 도로에서의 여유로움으로 발길을 멈추게 한다. 도시인에게 있어 자연의 감동이 대자연의 한복판에서가 아닌 오히려 아스팔트 사이로 비집고 돋아나는 작은 풀잎에서, 건물과 건물 사이로 보이는 노을빛에서, 그리고 도심의 규칙적인 가로수의 푸르름에서 느껴지듯이 '라 벨라 쿠치나'에서의 바위와 잔디, 그리고 메타세쿼이아 등 조경 아이템들은 도시에서의 자연성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건축적 인공성과 자연성이 공존하는 전면 마당에서의 노출 콘크리트벽과 백일홍을 전면에 두고 부식강판의 폐쇄성과 시간성은 입구에 들어서면 의외의 따뜻한 감성으로의 반전을 이룬다. 외부 측면에서 보이는 박공의 지붕은 이러한 내부공간을 암시한다.
▷내부공간
도시인이기에 자연의 거친 곳보다 오히려 이식되고 의도된 자연에서 더 편안한 휴식을 가질 수 있다. 5.8m 높이의 콘크리트 담장으로 둘러싸인 뒷마당에서의 하늘 보기는 하루 종일 도시의 온갖 이미지에 시달려온 우리의 눈을 쉬게 한다. 내부의 천정고는 도시 일상에서의 2.5m 이하의 천정고에 익숙한 우리에게 실내 공간의 폭에 대비해 높은 층고를 가짐으로써 신선한 개방감과 함께 풍요로움을 선사한다.
레스토랑에서의 천장과 바 안쪽의 높은 천장은 공간의 확장감을 느끼게 하는 중요한 장치이다. 입구에서 레스토랑이나 바로 이른 과정적 공간의 유도는 사적 공간으로의 전이를, 출입구 홀의 한쪽 면을 채우고 있는 포도주병은 휴식을 부른다.
카운터와 주방이 평면상에서 중간에 위치해 레스토랑과 바로의 서비스 동선을 줄여주고, 레벨 차를 둔 와인바 공간은 영역의 구분이 자연스럽게 연출된다. 단순해 보이는 평면구성인 듯하지만 내부에서 보이는 오브제로서의 여러 장치(카운터의 돌, 커튼, 광섬유, LED조명 등)들은 단색조의 실내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연출한다. '라 벨라 쿠치나'는 박공지붕과 붉은 벽돌이 가지는 구법상의 편안함과 익숙한 재료, 그리고 조경 아이템들의 따듯함이 어우러진 절제된 현대적 이미지로 남는다.
글'사진=이병재 어번디자인스튜디오(Urban Design Studio) 소장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