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희의 교육 느낌표] 도대체 우리가 뭘 잘못한 거지?

입력 2014-04-22 07:53:52

우리는 단군 이래 가장 많이 공부하고, 제일 똑똑하고, 외국어에도 능통하고, 첨단 전자제품도 레고 블록 다루듯이 만지고(…) 타이핑도 분당 삼백 타는 우습고 평균 신장도 크지. 악기 하나쯤은 다룰 줄 알고(…) 우리 부모 세대는 그 중에서 단 하나만 잘해도 아니 비슷하게 하기만 해도 평생을 먹고 살 수 있었어. 그런데 왜 지금 우리는 다 놀고 있는 거야? 왜 모두 실업자인 거야? 도대체 우리가 뭘 잘못한 거지?(김영하의 '퀴즈쇼' 중에서)

'도대체 우리가 뭘 잘못한 거지?' 소설을 읽다가 이 대목에서 그만 덮어 버렸다. 그들이 소위 '우리 부모 세대'라고 지칭하는 내가 무엇인가 답하고 싶은데 마땅하게 답변할 말이 없었다. 삼포세대, 88만원 세대, 표백세대 등을 넘어 요즘은 자발적 잉여세대라는 말까지 나온다. 도대체 그들은 무슨 잘못을 저질렀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들은 크게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 잘못은 대부분 우리에게 있다. 소설 속의 주인공이 취업을 위한 면접에 나가서 만난 잘난 면접관들에게 있다.

청년 일자리 40% 선이 무너졌고 전 연령층의 평균 고용률이 59.5%라는 보도(매일신문 1월 16일 자 사설)가 있었다. 수치로 보여주는 답답함은 실질적인 영역으로 접근하면 더욱 커진다. 59.5% 속에서 정규직의 비율은 50% 정도니 대학 졸업 후 정규직 취업률은 높아도 30% 정도다. 대학생들의 월 평균 비용이 130만원이고 정규직 초임 월급이 120만원, 비정규직이 80만원 정도니 대학생으로 졸업하기 위한 비용이 월급보다도 많은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그렇게 고비용을 지불하면서 대학을 졸업해도 기다리는 것이 30% 미만의 정규직 채용이라면 분명 문제가 있다. '그만한 경쟁을 이겼으니 30%의 인재는 대단한 것 아닌가' 하면서 현재를 긍정하는 사람도 있다. 그럴 바에야 대학 갈 필요가 어디 있냐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둘 다 틀렸다. 30%가 아니라 70%가 실패한 사회는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에서는 대학을 다닐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현실적으로 쉽게 결정해버릴 문제가 아니다.

그것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초4 결정론(초등학교 4학년이 인생을 결정한다)'이라는 괴상한 이야기가 퍼지면서 초등학생 숙제 도우미 아르바이트가 인기를 끈다는 기사도 있었다. 중학교도, 고등학교도, 대학교도, 취업준비생도, 심지어 직장인들도 사교육에 의존한다. 왜 그럴까? 어디에 존재하든지 우리는 경쟁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경쟁에서 패배하면 다시 경쟁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주어지지 않는다. 낙인이 일반화된 우리 사회는 말 그대로 정글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긴 자조차 행복하지 않다. 또다시 경쟁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이 난국을 헤쳐 나가야 할까?

항상 절실한 물음의 답은 가까이에, 내 안에 있다. 소위 자기계발서에서 말하는 내 안의 문제와는 다르다. 자기계발서는 모든 문제를 '나'만의 문제로 만드는 오류를 내포하고 있다. 잘못된 삶은 전적으로 나의 탓이다. 나를 탓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최근에 나타나는 문제는 훨씬 사회적인 의미를 지닌다. 힐링이 유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픈 것이 청춘이다'면서 따뜻하게 위로를 받아도 문제는 문제로 남는다.

방법은 역시 하나이다. 이젠 질문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겐 어떤 절실한 물음이 있는가? 그것을 질문해야 한다. 선택되는 30%에 들어가기 위해 몸부림치기보다는 30%를 넘어선 지점에 꿈을 창조해야 한다. 거창하게 말하면 직장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직장을 만드는 것. 물론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함께 꿈을 꾸면 현실이 된다고 하지 않던가?

한준희 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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