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은 정부의 재난대응 시스템이 무용지물이었음을 드러낸 탁상행정의 결정판이다. 사고 발생 초기부터 대응능력 부재, 뒤죽박죽 구조 발표, 오락가락한 지휘 체계, 실종자 가족과의 소통 부재 등 이 나라에 국가 재난관리 시스템이 있기는 한가라는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선박의 무리한 증축과 조작 미숙, 선장의 무책임 등이 사고를 키웠다면, 무능력의 극치를 보여준 정부의 후속 대응은 온 국민을 집단 트라우마에 빠트렸다.
우리나라는 사고 공화국이라 불릴만하다. 후진국형 재난이 끊이지 않았다. 1993년 서해 훼리호 침몰과 성수대교 붕괴, 1995년 대구 지하철 공사장 가스 폭발과 삼풍백화점 붕괴,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2010년 천안함 폭침까지 재난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이뿐 정부의 위기 대응능력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박근혜정부는 출범하며 국가재난관리 컨트롤 타워를 맡았던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꾸기까지 했다. 안전을 먼저 내세운 것은 '국민행복 시대'는 '안전한 사회'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사후 관리보다 선제적, 예방적, 근원적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사건을 막지 못했고 사후대응도 달라진 점을 찾기 어렵다.
선진국이라고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2003년 9'11테러 이후 국가적 재난 시 현장 대응 중심의 재난대응시스템을 구축했다. 2009년 1월 15일 승객 150명을 태운 여객기가 허드슨 강에 비상 착륙했을 때 이 시스템은 성가를 발휘했다. 구조선과 헬기는 불시착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승객 전원을 구조했다. 미국은 이를 허드슨 강의 기적이라 불렀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부는 국가재난관리 매뉴얼을 보완해 오늘날 3천 건이 넘는다. 막상 사건이 터지니 매뉴얼은 서류조각에 지나지 않았다. 그마저도 국가재난관리 매뉴얼에 여객선 침몰에 대한 항목은 빠져 있었다. 안행부와 해수부는 매뉴얼을 누가 관리해야 하는가를 두고 서로 미루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속하고 효율적인 구조 대책은 애당초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만큼 '진도의 기적'을 기대하기도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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