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백두산 등척기

입력 2014-04-17 14:18:22

이영백(대구 수성구 상록로)

연변, 산도 없는 대평원의 길을 승합차로 달린다. 백두산까지 5시간 30분 걸린다. 어둑해질 때에야 백하임업국 앞에 왔다. 저녁을 먹고 낯선 호텔에 도착하였다. 몸이 물 먹은 솜뭉치처럼 내려앉아 잠이 들고 말았다.

이른 아침 까마귀 소리에 잠이 깼다. 방에 누워서도 소천지 폭포가 하얀 비단 폭으로 보인다. 비룡폭포를 보아야 했다. 10여 분을 걸었다. 해발 1,700m! 온통 안개구름 속이라 무진기행이다. 저만치 앞서 가는 사람이 곧잘 사라지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안개로 비룡폭포가 보이지 않는다. 드디어 장백폭포(비룡폭포* 이름은 빼앗기고 낯선 표지다)라는 표지 앞에서 사진촬영을 하였다.

안개 속에 물소리만 들린다. 비룡폭포 보기를 포기하고 돌아서는데 갑자기 강렬한 햇빛이 비친다. 장엄한 흰 폭포가 쌍 갈래로 하늘에서 물동이로 내리퍼붓고 있다. 천애단애비류직하 하얀 비단이다. 포말 하나하나가 줄줄이 연결되어 68m 높이에서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지는 모습이다. 바닥에 모여서 둥근 소를 형성하고 소용돌이로 돌다가 지치면 낮은 곳으로 흘러내리는 천지의 물이요, 신비의 물이다.

비룡폭포를 내려와서 달걀을 사 먹으려고 하는데 빨리 내려오라고 손짓을 한다. 영문도 모른 채 줄달음쳐 내려오니까 빅뉴스다. 천지에 온통 햇볕이라고 한다. 백두산을 서너 번 찾아야 한 번 정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단번에 맑은 날이라니 천우신조다.

가이드는 오늘 백두산 천지를 볼 수 있는 확률이 100%라고 자신만만해한다. 해발고도 2,000여m, 마침내 안개는 걷히고, 쨍하게 따가운 햇볕이 비치며 비행기에서나 보는 구름바다가 멀리 아래로 보인다. 절경이다. 안개가 걷힌 백두산이다.

곧은 길을 곧장 달려 올라가는데 옆에는 고산화원(高山花園)이 아니던가? 녹색 밭에 노랑 꽃이 듬성듬성 섞여 있다. 백두산은 정말 천변만화이다. 높은 산꼭대기에 가로막는 집 한 채가 장백산기상관측소다. 집 모양새가 납작하게 팍 퍼져 있다. 주차장에 수백 대 자동차가 2,700m대 산꼭대기에 서 있다. 저만치 천문봉 위로 100여 명이 납작 붙어서 경쟁을 하듯이 올라가고 있다. 주차를 하기가 바쁘게 자동차에서 내리는데 바람이 쌩쌩 분다. 산 흙은 희다. 백두산 천지주변 반경 70㎞ 내에는 백색의 부석(浮石, 輕石)이 뒤덮고 있다.

백두산을 앞에 두고 함께 오르기 시작하였다. 오른쪽으로 올라갔다. 백두산을 애타게 갈망하여 찾아왔는데 드디어 내 눈앞에 보인다. 다른 말이 필요 없다. 아! 백두산! 내가 볼 수 있는 백두산 천지! 막연히 비탈길을 따라 숨을 헐떡이며 올라섰는데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백두산이 아플 정도로 사람들이 너무 많이 올라와 있다.

백두산 위는 바람이 너무 세차서 오래 있지를 못한다. 물기가 있는 안개가 바람 속에 포함되어서 여름인데도 너무 춥다. 햇볕은 쨍쨍 내리쪼이고 천지의 수면은 반사하여 새파란 청포지 위에 은가루를 한 움큼 흩뿌리는 것 같다. 하늘과 맞닿아서 경계가 모호하고, 자꾸 백두산 천지를 응시하다 그냥 빨려들어 가는 것만 같았다. 천지 속에 북한 쪽의 장군봉이 오롯이 들어 있다. 이제 더 오래 머물지 못해서 마음으로 모두 퍼 담아 왔다. 체육복을 덧입었지만, 무척 추웠다.

산에서 내려와 연길공항을 이륙하여 밤하늘을 난다. 어둑하다가 캄캄해지면서 밤하늘을 헤엄치는데 피곤해서 잠이 들었다. 어서 통일이 되어서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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