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의 생각] 가슴으로 쓰는 글

입력 2014-04-17 13:57:46

아프리카 반투족이 사용하는 '우분트'(UBUNT)라는 말이 있다. '당신이 있기에 내가 있다'(I am because you are)라는 뜻이다.

'우분트'의 유래가 재미있다. 한 인류학자가 아프리카 한 부족의 아이들에게 '게임을 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근처 나무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매달아 놓고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만 그것을 먹을 수 있다'고 알려주고 큰소리로 '시작!'을 외쳤다.

그런데 아이들은 그 누구도 먼저 뛰어가지 않았다. 모두 손을 잡고 나란히 갔다. 그리고 그 음식을 함께 나눠 먹는 것이었다. 인류학자는 의아한 표정으로 아이들에게 물었다. "한 명이 먼저 가면 다 차지할 수 있는데 왜 함께 가는 거야?"

그러자 아이들은 "우분트!"라고 외치며 "다른 사람이 모두 슬픈데 어떻게 한 명만 행복해질 수 있나요?"라고 대답했다. 이 말은 고인이 된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말해 세상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내게 '신문기자'는 천직이었다. 평생 매일신문 기자로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후회해 본 적이 없다. 늘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한다'는 기자 본연의 자부심으로 살아왔다. 기자생활 중 늘 가슴에 남아있는 '좌우명' 비슷한 신조가 있다. 입사 초기에 선배가 해 준 말이다. 기자들에겐 '기사는 발로 써야 한다'는 말은 고전으로 통한다. 이 말과 함께 '가슴으로 글을 써라'는 말이 마음에 콕 찍혔다. 처음엔 그 숭고한(?) 뜻을 잘 헤아리지 못했다. 하지만 점차 경력이 쌓여가면서 '진리'처럼 느껴졌다. '가슴에 남는 글을 얼마나 써 왔는가?'라고 질문하면 선뜻 대답할 자신이 없다. 하지만 '가슴으로 글을 쓰려고 노력했다'는 것으로 대신한다. 독자들은 진심이 담긴 글을 용케 알아낸다. 그래서 독자들의 공감을 얻는 기사를 쓴다는 것은 참 어렵고 소중한 일이다. 세상일도 마찬가지다. 어느 분야에서나 화려하진 않지만, 꼭 필요한 사람을 두고 '에스프레소 같은 사람'이라고 한다. 에스프레소는 정열적인 이탈리아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커피다. 진하고 강렬한 맛 때문에 장난감 같은 조그마한 잔에 마신다. 하지만 에스프레소는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에스프레소에다 뜨거운 물과 밀크, 캐러멜을 섞는 양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에스프레소처럼 진하진 않지만 대구'경북인들의 소소한 삶의 이야기를 써왔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을 지면에 소개하면서 보람과 행복을 느꼈다. 하지만 문득 뒤돌아보니 '그동안 너무 덧셈에만 몰입하면서 살아온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의 내용처럼 두 갈래의 길 중 선택하지 않았던 미지의 그 길을 걷고 싶다. '뺄셈의 삶'에 대한 또 다른 길이 가슴을 부풀게 한다. 매일신문 동료들과 애독자 여러분, '우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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