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의 '새 정치'는 '콘텐츠 없는 공허한 구호'라는 세간의 의심을 확인해주는 수순으로 들어섰다. 이런 의심은 처음부터 있었지만 안철수라는 인물의 신선도가 발휘하는 후광효과 때문에 가려져 있었던 것에 불과했다.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에 대해 당원과 국민의 뜻을 묻겠다고 한 것은 그런 안철수식 새 정치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의 새 정치는 정치적 프로파간다로서는 큰 이벤트 효과가 있었지만 이를 정치현실과 접목하기 위한 전략과 전술은 사실상 없었다. 그 결과가 국민과 당원의 뜻을 묻는다는 말로 포장한 사실상의 기초선거 무공천 철회다.
이번 결정으로 안철수 대표가 입에 달고 사는 '국민'과 '약속'이란 단어도 한계효용체감의 운명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는 민주당과 통합하면서 "불공천 결단은 약속을 지키는 정치의 첫 걸음"이라고 했다. 이번에도 "국민과 한 약속을 지켜 정치를 개혁해야 한다는 원칙과 소신에는 추호도 흔들림이 없다"고 했다. 과연 지금 이 말을 믿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민주당과 합치치 않고 끝까지 가겠다던 약속도 이미 헌신짝처럼 내던진 안철수다.
이번 결정은 또 그가 '착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기존 정치인 못지않게 노회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당원과 국민의 뜻이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안 공동대표는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 무공천 유지로 결론이 나면 자신의 소신이 옳았음을 재확인하는 것이 되고, 무공천 철회로 결론이 나도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국민의 뜻을 충실히 따르겠다'고 하면 된다. 무공천 약속을 지키려 했으나 국민이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으니 '회군'(回軍) 명분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에 따른 이미지 타격은 상당하겠지만 우리 유권자의 실망스런 기억력에 기대 어쩌면 내일을 다시 기약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국민은 안철수식 새 정치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확인했다. '국민' '약속'과 같은 그럴 듯한 어휘로 포장됐지만 그의 새 정치는 그런 어휘들의 무거움과 반비례해 가벼웠다. 그에겐 죽는 길이 사는 길이란 비장함이 없다. 국민은 그런 비장미에 가끔은 감동한다. 안철수가 국민을 감동시키지 못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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