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 가면 쓴 지방대 감축

입력 2014-04-08 09:30:57

정원 축소 비율따라 가산점, 사업비 2천억 차등 지원…중소사립대 '며 겨자먹기'

교육부가 앞으로 5년간 1조원을 투입하는 '지방대 특성화 사업'이 '지방대 감축 사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구경북 대학가에서는 교육부가 지방대 육성이라는 본연의 사업 목적보다 정원 감축에 급급해 오히려 수도권 교육 집중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교육부가 2월 발표한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의 골자는 명품 지방대 육성을 목표로 전국 126개(4년제 기준) 대학을 대구경북(22개교)'강원(10개교) 등 4개 권역으로 나눠 대학별 특성화 계획을 평가하고 연간 2천여억원의 사업비를 차등 지원하는 것이다.

대구경북 22개 대학은 이달 말 교육부 신청 마감을 앞두고 특성화 계획과 함께 정원 감축 비율을 조정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교육부가 기본 지표에 따라 특성화 계획을 평가하되 대학별 정원 감축 정도에 따라 가산점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2014학년도 대비 2015~2017학년도 정원을 4% 이상~7% 미만 줄이면 3점, 7% 이상~10% 미만 줄이면 4점, 10% 이상 줄이면 5점의 가산점을 준다. 보통 교육부 대학 지원 사업은 소수점 차이로도 당락이 갈리기 때문에 정원 감축 비율이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역 대규모 사립대들은 애초 4%에서 7%로 정원 감축 비율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 A사립대 보직교수는 "등록금 수입 감소를 감안해 처음에는 4%대를 생각했지만, 1점 차이로 특성화 사업 성패가 갈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대규모 사립대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지역 중소규모 사립대 대부분은 10%(5점) 이상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B사립대 직원은 "정부 재정 의존도가 높은 중소규모 사립대일수록 교육부 사업 유치에 사활을 건다"며 "교육부가 특성화뿐 아니라 다른 정부 재정 지원 사업에서도 정원 감축 실적을 반영하기로 해 어차피 따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반면 수도권은 대규모뿐만 아니라 중소규모 사립대까지 정원 감축에 회의적이다. 교육부는 수도권 대학 특성화 사업을 별도로 진행하면서 마찬가지로 입학 정원 감축에 따라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 모 사립대 C교수는 "특성화 사업 선정에 따른 정부 재정 지원과 정원 감축에 따른 등록금 감소분을 계산해 보면 특성화 사업에 뛰어들 이유가 없는 게 사실"이라며 "교육부 눈치를 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특성화 사업과 연계한 정원 감축이 지방대에 일방적으로 몰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윤관석(인천 남동을) 의원은 "상대적으로 우월한 수도권 대학들은 재정 지원과 정원 감축을 저울질할 수 있지만 교육 여건이 열악한 지방대는 어쩔 수 없이 정원 감축을 선택해야 한다"며 "결국 지방대에 정원 감축이 몰려 지방대 죽이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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