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쇼핑관광객 돈 쓰게 하려면…동성로, 말문부터 열어라

입력 2014-04-08 09:59:16

의사소통 안돼 지갑 열기 주저…아직 '거쳐가는 도시' 이미지

4일 오후 9시쯤 대구 중구 노보텔 앞에 홍콩 관광객 114명을 실은 버스 3대가 도착했다. 노보텔에 여장을 푼 이들은 서둘러 동성로 관광에 나섰다. 백화점이 문을 닫은 시간이라 관광객들은 화려한 네온사인을 켠 화장품 가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족, 친지들이 부탁한 선물 목록을 꺼내 지갑을 연 이들은 1시간 30분 남짓한 개별 쇼핑이 끝나자 저마다 쇼핑백 한두 개를 손에 들었다.

홍콩에서 온 조청(53) 씨는 "거리 가게마다 많은 물건이 진열돼 있어 구매 욕구가 일었다"며 "그러나 딸이 적어준 목록을 화장품 가게 점원에게 보였지만,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물건을 사는 데 상당히 애를 먹었다"고 했다.

대구는 올 들어 중화권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대구시는 올 들어 2월까지 두 달간 중화권 단체 관광객 1만2천251명(관광호텔 숙박 기준)을 불러들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천403명(56.1%) 증가한 것이다. 시는 중화권 관광객 수를 늘리려 기존 팔공산 관광 코스에다 새롭게 구암서원, 모명재, 스파밸리, 대구수목원 등의 코스를 추가했다. 또 안전테마파크, 한지공예, 김밥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해 관광객 유치에 힘썼다.

중화권 단체 관광객을 유치한 여행사에 대구 코스를 넣으면 일정한 보상(인센티브)을 주고,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 내 관광버스 진입을 허용해 쇼핑 편의도 제공했다. 개별 관광객들의 관광지 이동을 도우려 교통연수원에서 택시기사들을 교육하고, 중국에서 주로 사용하는 '은련카드' 가맹점 수를 늘리는 데에도 힘썼다.

대구시 관계자는 "볼거리가 다양하지 못하다는 한계를 극복하려고 쇼핑 관광 도시로서 매력을 쌓는 다양한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며 "여기에 편리한 교통, 깨끗한 도시 이미지, 시민들의 친절 등을 알려 대구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중화권 관광객은 늘고 있지만, '관광 대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대구시관광협회에 따르면 대구를 방문지로 선택한 관광객의 대부분은 서울'부산 등지의 여행사가 모은 사람들이다. 4일 대구에 도착한 홍콩 단체 관광객도 서울 여행사가 모객해 경주와 부산 관광에 대구를 끼워넣은 경우다. 대구시는 중화권 관광객 유치 전담 여행사 등에 대구를 방문할 때 인센티브를 줘 대구를 거쳐 가게 하고 있다. 여행사로서는 대구 관광이 달콤한 유혹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구가 하룻밤 자고 가는 곳에 그치다 보니 관광객들에게 대구의 인상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쇼핑시설 직원들과 관광객 간 의사소통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백화점, 면세점 등 대형 유통업체는 중화권 손님 맞을 채비를 갖추고 있으나 동성로의 작은 가게나 대구 전통 먹거리'쇼핑 거리 등의 상점은 중화권 관광객 앞에서는 '벙어리'가 된다.

짧은 일정에 따른 빡빡한 스케줄로 중화권 관광객에게 대구를 알리기도 쉽지 않다. 5일 오전 9시 수성구 모명재를 방문한 중국 칭다오에서 온 중국 관광객들(실버 관광객 63명)은 "한국과 중국의 교류 역사를 아는 좋은 기회가 됐으나 아침에 무덤이나 재실을 들르는 것을 꺼리는 중국인에겐 당황스럽다. 관광코스를 만들 때는 관광객들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음식점의 시설도 미흡했다. 얀지후아(66) 씨는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갈비탕이 특색 있었지만, 테이블이 아닌 방바닥에 앉아 먹으려니 불편했다"고 전했다.

서울에서 중화권 관광을 전문으로 하는 A여행사 왕가충(56) 이사는 "대구가 중화권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잡으려면 없는 관광코스 등을 억지로 만드는 것보다 쇼핑으로 특화하는 것이 대구경제나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히 상점들은 외국인 대상 마케팅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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