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시절 산 중턱 막사에서 1년간 생활했던 나는 하루에 두 번씩 밥통과 국통을 번갈아 메고 산을 올라야 했다. 무더운 여름 어깨에 멘 국통의 국물이 내 등을 적실 때의 그 찝찝함과,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게 힘들었던 기억 때문에 산이 싫었고 등산은 오랫동안 멀리했던 운동이다. 그런 내가 자전거를 타면서 산에 자주 가게 되었고 내가 사는 곳 가까이에도 소박하지만 소소한 재미가 있는 곳들이 많음을 알게 됐다. 그래서 아이들과 같이 오면 좋겠다고 생각한 곳은 시간을 내서 꼭 다시 찾곤 한다. 날씨 좋은 날 두세 시간 정도의 가족 산책을 계획하는 분들이 있다면 도움이 될까 해서 이렇게 매일춘추의 마지막 글로 써 본다.
먼저 앞산 순환도로와 새로 난 앞산 터널이 만나는 곳에 '평안동산'이 있다. 한 시간 정도 완만한 경사를 가진 길을 걸어 올라가면 도달할 수 있는 곳인데 야간에는 조명도 밝혀주어 무더운 여름에는 야간 산책도 가능하다. 이곳에서는 도심에서 보기 어려운 두꺼비를 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두꺼비의 산란철인 3월에 산을 오르다 보면 손바닥만 한 암두꺼비와 그 반 만한 수두꺼비를 볼 수 있다. 특히 야간에 많이 나와 있는데 자전거로 오르고 내릴 때 다칠까 봐 조심조심 다녀야 할 정도다.
두 번째는 '본리임도'라고 부르는 곳이다. 대구수목원 뒤편 화원휴양림 가는 길에 남평 문씨 세거지 마을이 있고, 그 맞은편 산에는 옥포 용연사로 넘어가는 임도가 있다. 그 길을 이용해 논공공단까지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자전거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화원읍 본리리에 있는 임도라 해서 '본리임도'라 부른다. 주변 경관이 좋아 자전거 코스로 소문난 곳인데 임도 곳곳에 산딸기 군락지가 있다. 6월의 조금 무더운 날씨에 자전거를 타고 가다 빨갛게 익은 산딸기가 보이면 한참을 따 먹곤 하는데 갈증도 해결되고 그 재미가 쏠쏠하다.
마지막은 다사에서 금호강을 따라가다 하빈면으로 넘어가는 언덕길 중턱에서 만날 수 있는 '마천산 삼림욕장'이다. 30분 정도 조금 가파른 길을 올라가면 능선을 따라 다양한 삼림욕 코스가 형성되어 있는데 가장 높은 곳이 해발 274m이니 봉우리라는 표현이 적절한 산이다. 소나무가 우거져 있어 한여름에도 그늘을 따라 산책할 수 있고 옛 봉수대 터와 금호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도 있어 한 번쯤은 가볼 만한 곳이다.
몇 년 전 동네를 한 바퀴 도는데 짬뽕전문점 앞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순서를 기다리는 것을 보았다. 맛집으로 소문난 곳을 오랫동안 나만 몰랐던 것이다. 이렇게 좋은 것들을 매번 지나치고 사는 것은 아닌지. 이번 봄엔 가까운 곳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소박한 재미를 즐기는 분들이 많기를 기대해본다.
신현욱 계명대학교 성악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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