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북한의 민둥산

입력 2014-03-21 11:06:42

조선조 정조의 나무 사랑은 대단했다. 화성, 광주, 용인 등 여덟 고을에 명하여 지속적으로 온갖 나무를 심도록 했다. 정조는 자신의 시문집 홍재전서에 그 흔적을 남겼다.

"경모궁 안 동산으로부터 주변 사방 산들에까지 모두 소나무, 삼나무, 단풍나무, 녹나무, 매화나무. 살구나무, 복숭아나무, 버드나무 등을 심었다. 궁 관리인에게 명하여 심은 나무의 총 숫자와 살아 있고 죽은 나무의 실제 수효를 매 계절 초하루에 아뢰도록 했다."

1789년 시작된 정조의 나무 심기는 1795년까지 7년간 이어졌다. 심은 나무가 너무 많다 보니 숫자 파악이 곤란했다. 각 고을에서 올라온 나무 심기 서류가 수레에 다 실어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정약용은 이 문제를 깔끔히 정리했다. 가로 열두 칸(식목 7년을 12차로 배열), 세로 여덟 칸(여덟 고을)의 식목 연표를 만들어 나무의 종류와 수를 적어나갔다. 7년간 심은 나무가 1천200만 9천772그루에 이르렀다.

우거졌던 우리 산림은 일제강점기에 황폐화됐다.

시인 고은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웅변했다.

"어릴 때 자주 오르던 할미산은 진달래가 흐드러져서 진달래산이었다. 일제 후반기는 우리 마을 소나무 숲들이 벌목에 의해 민둥산이 되었다. 산이란 산은 다 황토산이 되고 말았다.… 식량의 강제 수탈인 공출이나 헌미로 절량 농가가 늘어나면서 뒷산 앞산의 초근목피로 주린 배를 채워야 하고 겨울 내내 냉골을 면하기 위한 땔감으로 풀뿐이 아니라 나무뿌리도 캐다 때야 했다. 진달래 뿌리도 온전할 리 없었다. 그러므로 봄이 와도 피어날 진달래가 없었다. 봄도 텅 빈 봄, 그냥 봄이었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일한 녹화 조림 성공 국가로 꼽힌다. 1970년대 시작된 집중 조림의 결과 남한의 민둥산은 자취를 감췄다. 나무는 촘촘하고 진달래로 물드는 봄을 되찾았다.

하지만 북한은 다르다. 예나 지금이나 황토 빛이다. 북한의 민둥산 면적은 284만㏊에 이른다. 서울 면적의 47배에 이르는 땅이 여전히 헐벗어 있다. 북한의 민둥산은 일제강점기를 연상시킨다.

엊그제 북한의 녹화 사업을 주도하기 위한 아시아 녹화기구가 창립됐다. '푸른 한반도, 맑은 동북아'를 기치로 내걸었다. 이 기구가 북한 녹화에 성공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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