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열린 부엌' 조성 등 주민 직접 맞춤 마을 고민, 대구시 구청 전폭 지원
"우리들은 도시디자이너다."
대구 북구 산격동 주민들이 마을의 미래 모습을 직접 디자인했다. 이들이 꾸밀 마을 만들기 방안은 15일 오후 산격 4동 주민센터에서 최종 발표회를 통해 첫선을 보였다. 주민 주도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는 낡은 주택을 부수고 아파트를 짓는 행정 주도의 일방적인 정책에서 벗어나, 주민이 스스로 맞춤형 마을 환경을 만든다는 시도. 지역구 권은희 국회의원의 주도에 따라 대구경북연구원과 국토연구원이 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주민들이 구체적 안을 만들고 대구시, 북구청이 힘을 합쳤다.
◆남은 공간 활용하고, 어두운 골목 밝게
산격 1'3'4동 주민 40여 명은 지난달 15일부터 거주지별로 3개 팀을 꾸린 뒤 5주에 걸쳐 마을환경 개선 계획을 세웠다. 3개 팀의 공통점은 낡은 기반시설을 개선, 공간을 활용하면서 밝은 마을 경관을 만드는 데 있었다.
산격 1동 '해피 매잠' 팀은 용담재~채화당~구암서원을 잇는 역사문화 골목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마을이 보유한 문화유적 자원을 활용하자는 의미. 또 도청교~성북교~침산교가 바로 이어졌다는 장점을 살리면 외부인들이 찾기 쉬운 마을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 팀은 "내 집 앞 청소하기와 마을 자치 방범대의 순찰 등 주민 스스로 노력도 필요하다"고 했다.
산격 3동 '산삼 찾기' 팀은 어둡고 불결한 대학로 원룸 촌에 쓰레기통을 설치, 쓰레기 무단 배출 문제를 해결하고 골목의 가로등을 늘려 안전한 공간으로 바꾸자고 했다. 더불어 개나리공원과 무지개공원, 산격종합시장의 노후한 시설을 개선하고 주택가 담벼락과 대문을 밝게 칠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산격 4동 '연암넝쿨' 팀은 마을 내 대구실내체육관을 개방하고 경로당 등 노인시설을 확충해 달라는 의견을 냈다. 특히 경로당에 '열린 부엌'을 마련해 주민들끼리 음식을 함께 만들며 소통하자고 했다. 경북대학교 미술학과 학생들과 힘을 합쳐 거리문화 미술관을 꾸미자는 등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주민들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마을을 더 사랑하게 됐다고 했다. 산격 1동 최인(40'여) 씨는 "마을을 꾸미는 동안 다양한 구성원들을 만나고 마을 곳곳을 다니면서 자부심이 생기고 마을을 더 아끼게 됐다"고 했다. 산격 4동 오영희(57'여) 씨는 "주민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마을의 어느 사람도 따라오지 않는다. 요구도 하고 우리 할 일도 찾아서 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됐다"고 했다.
◆주민주도 한계 극복 주문도
이날 토론에 참여한 교수와 시의원 등 전문가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이들은 특히 공공지원 사업과 주민들 역할이 한데 어우러져 마을 발전을 꾀한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줬다.
신동진 교수(영남대 도시공학과)와 김한수 교수(계명대 도시계획학과)는 "문제점과 개선안을 마련하고 또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을 직접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하지만 너무 소박한 느낌도 있다. 다소 큰 틀의 아이디어도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후견인을 맡은 권은희 의원은 "주민과 지역이 협업해 지자체와 시의원, 국회의원의 움직임을 이끌어낸 점은 다른 지역에도 모범이 될 사례"라며 "앞으로 산격동이 대구의 명품지역이자 살기 좋은 마을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 본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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