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 의사·빈 지갑 변호사…변호사 31명 1년간 수임 0건, 의사 10% 빚더미에

입력 2014-03-11 10:53:18

한때 사윗감 1순위로 꼽히던 엘리트 직업군인 법조'의료인들이 무한경쟁 시대에 내몰리면서,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연봉 3천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변호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가 하면 신용불량자 의사들이 넘쳐나고 있는 현실이다.

대다수 변호사들은 무한경쟁을 요구하는 법조시장에 내팽개쳐져 경제적 풍요로움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다. 대구지방변호사회 소속 회원들의 수임사건 수(합의-단독사건 기준)로 보면 연간 151건 이상인 변호사가 6명밖에 되지 않으며, 단 한 건도 수임하지 못한 변호사가 31명이나 됐다.(표1 참조)

개인별 연간 평균 수임사건 수로 보면 54.4건으로 월평균 4.5건이다. 사건 1건당 평균 수임료를 300만원(부가세 별도)으로 잡고, 수임사건 수로 대략 산출했을 때 1억5천만원 남짓한 총수익이다. 하지만 고액의 소득세와 사무실 임대료, 직원 월급 등을 빼고 나면 변호사의 순수익은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지역에선 순수 억대 소득의 변호사(수임사건 101건 이상)가 50명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조창학 변호사는 심지어 '보따리상 변호사' 얘기를 꺼냈다. 조 변호사는 "미국의 경우 사무실과 직원도 없이 집에서 혼자 법률적인 서류를 만들어 법원을 들락날락 거리는 변호사들이 많다"며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변호사 공급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 머지않아 보따리상 변호사들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 병원이나 동네 의원 의사들은 아예 밑바닥 인생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흔하다. 지역 은행권에서는 의사 10명 중 1명이 신용불량자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연이은 개원 실패는 의사들을 빚더미 인생으로 내몰고 있다.

대구지방법원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2월까지 대구에서 일반 회생(담보채권 10억원 빚을 진 사람이 신청하는 회생 제도)을 신청한 24%가 의사'한의사였다.(표2 참조) 이렇듯 형편이 어렵다 보니 아예 간판을 내리는 병'의원도 매년 200곳이 넘는다. 일부 의사들은 재개원을 포기하고 페이닥터(Pay Doctor, 병'의원에 고용돼 월급을 받는 의사)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전문의들은 생존을 위해 전공을 포기한 채, 돈 되는 진료과목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 현실이다. 개인 병원을 경영하려면 적어도 서너 가지 진료과목을 보는 것은 기본이 되고 있다.

요즘 의사들 사이에서는 '4D 직업'(Dirty, Difficult, Dangerous, Dreamless)이라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오고 있다. 대구시의사회 민복기 공보이사는 "병원 경영이 어려워 매달 내야 하는 의사회 회비 4만8천원을 면제해달라는 의사도 있을 정도"라고 털어놨다.

기획취재팀=권성훈 기자 cdrom@msnet.co.kr 신선화 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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