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동에서] 대구 막창과 창조경제

입력 2014-02-25 07:28:44

최근 서울에서 대구에 내려온 두 사람으로부터 '막창' 얘기를 두 번이나 들었다. 한 사람은 얼마 전 본사를 대구로 옮긴 한국산업단지공단 직원인데, '대구에 가면 꼭 막창을 먹어보라. 그 맛이 기가 막힌다'고 들었다며 맛집 소개를 부탁했다. 대구 막창의 유명세가 서울까지 갔다니 내심 놀랐다.

또 한 사람은 며칠 전 대구 엑스코 한 행사장에서 만난 업체 대표였다. 그는 수년 전 대구에서 큰 행사를 열고 뒤풀이로 야외에서 막창 파티를 벌였는데 아주 즐거웠노라고 자랑했다. 사실 대구에서 나고 자란 기자는 정작 막창과 친할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서울 사람들'로부터 연이어 막창 예찬을 들으니 되레 머쓱해졌다.

막창은 '대구 10미(味)'에 드는 음식이다. 싸고 맛있어 술안주로는 단연 으뜸이다. 서부정류장 막창골목, 복현오거리 막창골목 등 막창 명소들도 많다. 이처럼 가장 맛있는 음식이라고 산해진미일 필요는 없다. 막창 하나가 대구의 대표 음식이 될 수 있는 시대다. 천시받아 온 음식 하나가 대구의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것이다. 막창에 대한 인식 변화처럼 '창조와 변화'는 작은 데서 비롯된다.

요즘 창조경제가 화두다. 25일은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지 1주년이 되는 해다. 집권 2년 차의 키워드는 다시 경제다. 국무조정실의 대통령 신년 업무보고에 따르면 4대 국정기조 중 경제부흥 분야가 가장 낮은 성적을 기록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성공적으로 이끌겠다"고 강조한 점도 경제 회생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의식해서일 것이다.

이 대목에서 '창조경제'를 생각한다. 박근혜정부는 출범 초부터 창조경제를 국정 패러다임으로 제시하고 강조해왔다. 그런데 1년이 지나도록 '창조경제를 여전히 모르겠다'는 여론이 많다. 지난 이명박정부의 '녹색성장'처럼 화려한 구호만 앞세운 용두사미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하고, 주무부서인 미래창조과학부가 미래부에서 하는 모든 정책에 '창조'를 붙이는 나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창조경제는 영국의 경영전략가인 존 호킨스가 자신의 책에서 처음 사용했다. 그는 창조경제란 '새로운 아이디어, 즉 창의력으로 제조업과 서비스업, 유통업, 엔터테인먼트산업 등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우리 정부는 새로운 아이디어에 과학기술과 ICT를 융합시켜 새로운 기술, 시장,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협의의 개념으로 정의하고 있다.

창조경제가 남발되고 있다, 여기저기 좋은 데는 다 갖다 붙인다는 힐난은 이런 협의의 창조경제 개념을 고집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현재 이렇다 할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창조경제는 낮은 성적표를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기존의 것에 아이디어를 더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 정도로 창조경제를 넓게 생각하면 어떨까. 가령 대구 막창이 유명한데, 대구의 막창 업소들이 함께하는 '막창 페스티벌' 같은 것을 열어보면 어떨까. 대구는 지난해 전국 처음으로 치맥 페스티벌을 성공시킨 경험이 있으니 마냥 허황된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창조적 아이디어는 어느 분야에서나 가능하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