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정착 강조 산동주유소 박치영 대표

입력 2014-02-24 10:08:34

'셀프' 붙이고 주유 도움…진정 고객 위한 일 맞나

"'셀프'라면 주유 서비스보다 좋은 품질의 기름을 싼값에 제공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대구 북구 노원동 산동주유소 박치영 대표는 2009년 주유소 사업에 뛰어들면서 '셀프 주유소'를 선택했다. 기름 공급사인 SK는 극구 셀프주유소를 말렸지만 박 대표는 셀프주유소가 대세가 될 것으로 보고 끝까지 밀어붙였다.

박 대표는 "오랫동안 운영했던 목욕탕을 접고 주유소를 시작했다"며 "화원의 한 주유소에서 일을 배우던 중 사람 구하기가 정말 어렵다는 것을 알게됐다"고 말했다.

이후 주유소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미국에 여행 갔다가 셀프주유소를 접하고서 방향을 틀었다. 최소한의 인원으로 운영할 수 있고 신경 쓸 일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 때문이었다.

일반 주유기보다 3~4배 더 비싼 셀프주유기지만 박 대표는 과감하게 투자했다. 그는 "일단 셀프주유소는 사람을 적게 쓸 수 있다. 또 혼유의 걱정이 없다"고 말했다. 직원이 경유차와 휘발유차를 잘못 확인해 오류를 벌여 피해가 나는 일이 없다는 것.

"주유소 직원이 고급 외제차에 기름을 잘못 넣어서 수억원의 차량값을 물어주고 문을 닫은 적이 실제로 있었습니다."

20억원을 들여 주유소 사업을 시작하면서 박 대표는 어려움이 많았다. 그는 "처음 손님들이 '셀프'라는 의미를 몰라 장사가 안됐다. 우울증이 생기고 극단적인 생각도 들더라"며 "'셀프' 상호를 떼고 주유 서비스를 6개월 해보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박 대표는 셀프로 다시 돌아왔다. 그는 "이렇게 해서 남는 것도 없고 도리어 망할 것 같았다"며 "독하게 마음먹고 셀프주유소를 내가 정착시켜보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이후 박 대표는 셀프주유소를 모르는 손님에게 방법만 설명할 뿐 직접 주유하지 않았다. 그는 "차가 들어와도 나는 나가보지 않는다. 셀프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다 하루에 22대의 차를 그냥 보내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100만원 이상의 수익이 날아간 셈이지만 그는 '셀프'의 올바른 정착을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박 대표는 "'셀프'라고 달아놓고서 주유 서비스를 하면 결국 인건비는 늘어나고 마진이 줄어 오래 버티기 힘들다"며 "셀프 주유소가 기름값을 낮추고 고객에게 도움을 주는 만큼 셀프 주유소의 올바른 정착을 위해 정부와 기업에서 좋은 방법을 내놨으면 한다"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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